[편집자주]'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2'가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변화의 파고를 넘어서: 디지털 세상과 세대교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2)© 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터닝 포인트: 2021년 코로나19 제한조치가 해제되기 시작했지만, 일부 디지털 습관은 지속됐다.
온라인과 클라우드로 가득한 삶을 살면서 디지털 세상이 우리의 물리적 현실과 통합되고 있다.


인도 첸나이에서 성장한 나는 실제로 건축가가 설계한 주택에서 자라는 흔하지 않은 특혜를 누렸다. 단순하게 지은 집이 아니었다. 그 집은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사방에서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리 가족의 삶은 일상을 교류하는 중앙 공간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곳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내 주위 공간에 대해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 집의 정중앙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자의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곳이었다. 나의 자아 형성에 일등 공신이었던 셈이다.

이제 나는 ‘형태가 감정을 따른다’라는 말을 믿는 건축가이자 예술가다. 감정을 유발하는 시적인 공간 잠재력을 연구한다. 몸과 마음이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따라 반응한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환경과 심미적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신경미학(neuroaesthetics)’과 같은 개념들을 탐구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단순히 어떤 요소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수동적인 배경이 아니다. 우리를 설계하며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틀을 세워 감정을 만드는 방식이다. 사람들이 똑같이 작은 방에서 수주 혹은 수개월을 지내며 봉쇄 조치에 따른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의 힘은 손에 만져질 정도로 분명해졌다. 또한, 공적이든 사적이든, 물리적이든 디지털적이든, 우리 환경의 질이 모두 공평해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생명 작용까지 포함해 우리 인간은 주변 환경과 우리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존재다. 어떤 공간을 만들 때마다 우리는 감정, 사회경제적 환경, 그리고 문화적 환경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게 된다. 일례로 도시에서 우편번호는 우리의 건강을 보여주는 최상의 지표다. 건축가와 설계사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억압형 혹은 주도형 환경을 만드는 힘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나타난 공간과의 연결 본능은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이 본능은 실제 물리적 공간의 삶뿐만 아니라 디지털 생활 속에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됐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재와 삶의 방식의 중요한 일부로서 디지털 현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다소 생소한 방식이었지만, 기술을 통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삶을 영위했던 것처럼 일과 여가를 병행하려고 노력했다. 가상 ‘해피아워(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사회적 모임)’에 참여하고, 원격 진료에 적응하고,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있는 친구들과 디지털 카드 게임을 했다.

나는 2020년 제한조치 기간 중 난생처음으로 줌(ZOOM)을 통한 웹 세미나(웨비나)에 참석하며 새로운 디지털 공적 생활과 타협을 봤다. 여기서 나는 2019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작업했던 설치물에 대해 말했는데, 이 설치물은 방문객들에게 건축설계와 기술의 통합을 보여줬다. 실시간 정보와 분석을 통해서 공간의 본질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영향을 끼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방문객들은 구글이 제작한 손목밴드를 차고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세 곳의 공간을 스마트폰 없이 15분간 머물렀다. 이 공간들은 색깔, 구조, 가구, 소리 등 분위기가 달랐다. 손목밴드는 방문객의 심리적 반응을 추적하는 데 전시회장을 떠나면 방문객들은 컬러 그래프 인쇄물을 받고 어느 공간에서 가장 편안했는지에 답했다.

내 설명이 끝나자 한 참여자는 방문객들이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공간의 힘을 사용했는지를 물었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결국, 정상적으로 자원에 접근할 길이 완전히 차단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뉴욕 시민 중 1/3이 넘는 사람들이 불안감 혹은 우울감 증상을 호소했다. 팬데믹 이전 미국에서 같은 증상을 호소한 이들의 3배가 넘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은 고립이라는 새로운 현실과 씨름해야만 했고, 환경에도 예민해졌다. 집에서 잔뜩 움츠린 채 컴퓨터를 통해 전 세계와 그리고 타인들과 연결됐다. 우리가 한때 한탄했지만, 기술은 우리 삶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창출했다. 물리적 세상과 디지털 세상의 융합은 이제 우리의 새로운 정상(노멀)이 됐다.

이제 디지털 세상은 일상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가 됐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영역, 현실 회피의 오락, 정보 네트워크 혹은 유용한 수단을 넘어선 것이다. 우리는 재택근무를 해야만 하고, 여러 개의 시간제 배달앱 일을 하며 곡예 하듯 하루를 살아야 한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사랑하는 이들과는 디지털을 통해서 연락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디지털은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에 대해 어떤 감정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웹페이지가 끊기거나 애플리케이션에 버그가 생기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단순히 짜증이 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우리 삶의 질에 실질적 영향을 끼친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2) © 뉴스1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감정의 연결고리로서 기술이 인간성의 핵심 공간이 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기술은 사랑하는 이들, 의사, 지원시스템, 더 나아가 사회변화를 촉진하는 곳과 연결될 생명줄이었다. 기술은 우리 마음에 새로 발견된 공간을 확보했다. 이 사이버 공간은 그 어느 때보다 깊숙한 수준에서 우리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자체 동력의 서식지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술은 인간의 약점을 표적 삼아 설계돼 있기도 하다. 우리의 집중력을 시험하고, 우리의 공포심을 가지고 놀며, 우리의 물욕을 확장하고, 자의식을 높인다. 소셜 미디어와 빠른 돈벌이를 보장한다는 팝업 광고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과 비현실적 혹은 조작된 콘텐츠는 주로 클릭 혹은 최소한 잔류를 유도한다. 기술 업체들의 눈에 우리는 결국 우리의 습관과 관련한 정보 이외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 디지털 정보의 세상이 돈을 벌고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디지털이 우리 일상생활과 얼마나 얽혀 있는지를 감안하면 이러한 태도가 초래하는 결과는 심각하다. 새로운 물리적 디지털 세상은 여기에서 계속될 것이다. 패션부터 예술, 그리고 건축까지 디지털 아바타들은 이제 물리적 현실 세계의 일부가 되고 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이러한 융합적 영역의 잠재력을 탐구하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디지털이 어떻게 자의식에 관여하는지를 배우는 중이다. 또한, 우리가 그렇게 세상에 내놓은 지식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우리에게 다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좋은 건축 혹은 설계에서도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피드백 루프(되먹임 회로)’다. 다시 말해서, 잘 설계된 주택이나 마을이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힘을 준다면 이러한 긍정적 에너지는 공동체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우리가 디지털화한 세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 세상은 서서히 변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인터넷을 서서히 변화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을 우리의 공포와 불안을 표출하는 창구, 소셜 미디어에서 편견을 강화하고 게시판에서 음모론을 퍼뜨릴 장소, 혹은 돈이나 권력을 얻으려는 발판으로 이용한다면 미래에 이러한 행동들은 점점 더 촉발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일 점점 더 커지는 기술의 존재를 우리는 수용할 것이다. 또한, 미래를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물리적 공간, 디지털 공간,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융합된 공간이 모두 우리에 가하는 힘을 기억해야만 우리의 안녕(well-being)을 지켜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기술을 인간답게 만드는 일과 함께 시작된다.

물리적 공간의 설계는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그리고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를 반영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공간은 평등과 공감의 시선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면 우리 인간은 기술과 더불어 더 나은 존재로 공동 진화하는 미래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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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레디는 미국 뉴욕 출신의 건축가다. 뉴욕 본사 1층에 있는 구글의 첫 오프라인 매장인 ‘구글 스토어’가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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