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해 12월3일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 초청받았던 날을 회상하는 글을 올렸다.
이날 남궁 교수는 고액 기부자로 참석한 박 할머니를 소개했다. 박 할머니는 남한산성 앞에서 김밥을 팔아 번 돈과 자신의 집·땅을 포함해 전 재산 6억원을 기부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 여사는 거동이 불편한 박 할머니를 직접 부축했다. 이에 영부인 손을 잡은 박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이후 회담장에서 김 여사 옆자리에 앉은 박 할머니는 "나는 가난했고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가 없어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다"며 "돈이 없어 배가 고팠고 배가 고파 힘들었다"고 빈곤했던 어린 시절을 언급했다. 이어 "열 살 때부터 경성역에서 순사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다"며 "돈이 생겨 먹을 것을 사 먹었는데 너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며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할머니는 "그 뒤로도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줬고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며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으니 이런 일이 있나 싶다"며 감격했다. 이어 "방금 내밀어 준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내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며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아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남궁 교수는 "(박 할머니가) 고령이 되자 남은 것은 거동이 불편한 몸과 셋방 보증금뿐이었다"며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000만원마저 기부하고 거처를 옮겨 예전 당신이 기부해 복지 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80년 전 따뜻한 손을 기억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그 손 때문에 모든 것을 남에게 내어주신 할머니와 옆자리영부인이 가장 크게 울고 계셨다"며 "그것은 압도적인 감각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할머니는 따뜻한 손을 나눠주기 위해 자신이 얻은 모든 일생을 조용히 헐어서 베풀었다"며 "구순이 넘는 육신과 이미 모든 것을 기부했다는 사실만큼 당신을 완벽히 증명하는 것이 없었다"고 적었다.
끝으로 남궁 교수는 "'봉사'라는 명목으로 모인 사람들은 그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기분이었다"며 "어떤 삶은 지독하고도 무한히 이타적이라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다"고 감상을 남겼다. 그러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에서 조우한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높은 사람들도 번듯한 회의도 아니었다"며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직면했을 때 경험하는 경배"라고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