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병찬(36)의 첫 재판이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래니) 심리로 열렸다.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된 김씨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페이스실드와 마스크,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김씨는 약간 더듬거리는 말투로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지를 밝혔다.
검찰이 공소 요지를 읽어내려가자 방청석에선 작은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앳된 얼굴을 한 피해자의 여동생 A씨가 두 손에 수첩과 펜을 꼭 쥔 채 터져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다.
A씨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재판에서 나오는 내용을 수첩에 꼼꼼이 적어내려갔다.
김씨 측 변호인은 "살해 범행은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도 "계획된 살인이 아닌 우발적 범행"이라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19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중구의 오피스텔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등)를 받는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의 신고로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받자 보복을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가 "보복 목적이 있었는지" "피해자를 살해할 생각이 있었는지" "범행 전날 모자와 흉기를 구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묻자 김씨가 직접 대답에 나섰다.
몇몇 질문에는 대답을 하기 전 함께 출석한 변호인 2명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김씨는 법무법인 1곳에서 총 11명의 변호인을 선임했다.
김씨는 "살해하려는 생각으로 (흉기로) 찌른 것이 아니고 흥분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며 피해자의 스마트워치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흉기로 자신을 협박하는 김씨에게 붙잡힌 상태에서 경찰이 제공한 스마트워치로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스마트워치의 위치값 오류로 경찰은 엉뚱한 장소인 명동 일대로 출동했고 첫 신고 이후 12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크게 다친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김씨는 지난해 6월 피해자와 결별한 뒤 피해자를 수개월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만남을 강요하고 협박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살인범행 전날 모자를 구입한 이유에 대해 "경찰에게 모습이 보이면 안될 것 같아서 구입했다"며 모자를 써 신변을 숨기려 했다고 말했다.
흉기 구입 이유에 대해선 "피해자와 대화를 하고 싶은데 대화를 안할까봐 구입했다"며 "살해하려고 한 게 아니라 집에 들어가기 위한 위협용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A씨는 증인석으로 자리를 옮겨 "엄벌을 내려달라"며 오열했다.
그는 "대화를 하고 싶다면서 흉기를 들고 가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며 "반성하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목놓아 울었다.
방청석에선 아이처럼 우는 A씨의 흔들리는 뒷모습이 보였다. 재판을 지켜보던 취재기자 등 방청객 대다수가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오열하는 유족을 바라보는 김씨의 얼굴은 덤덤해 보였다.
A씨가 터져나오는 울음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자 재판부는 "평소 언니와 가까이 지낸 것 같다"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위로했다.
김씨의 다음 재판일정은 3월16일로 잡혔다. 검찰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김씨의 나머지 혐의를 추가 수사해 기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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