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이다. 사업장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 재해(중대 산업재해+중대 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 사망자 발생 땐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또 부상·감염자 발생 땐 7년 이하 징역형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이에 본보기 처벌 1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전국의 모든 기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에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새해부터 사고로 얼룩지고 있는 현대삼호중공업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 최우선'을 외친 김형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의 새해 다짐은 머쓱해졌다. 새해가 밝은지 사흘 만에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또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3일 10시 20분께 선체 내부에서 송기마스크를 쓰고 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호흡곤란 등으로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5시 50분께 사내 도장공장내부는 물론 청소차까지 전소하는 큰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 내에는 휘발성이 강한 페인트와 시너 등 각종 인화물질이 가득해 초기 대응이 늦었다면 대형화재로 이어질 뻔했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가족의 품으로 영영 복귀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9일 오전 8시 56분께 직원 4명과 함께 탱크 바닥작업을 하기 위해 하부로 내려가던 A씨가 추락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했다. 선체 바닥으로 수십 미터를 내려가는 작업자를 위한 안전 그물망은 없었다. 의무사항이 아니라며. 현장에서 유사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 말이다. 또 추락사고 후 사측이 사고 현장의 조명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노조는 본보에 폭로했다. 혹여 열악한 작업환경이 작업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았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문제는 더 있다. 목숨 걸고 작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피맺힌 외침은 사측과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푸념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조측은 "(최근 노동자가 작업하다 의식을 잃은 일과 관련)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측이 원인파악에 나서는 모습은 여전히 갈 길 먼 회사의 안전의식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도크갤러리에서 무분별하게 도크 하부로 에어 유틸라인을 끌어 쓰다 보니 도크 작업자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면서"이때마다 작업자들은 안전사고 때문에 매번 철거를 요청해도 그때뿐이다"고 작업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아슬아슬 중대재해 피해가는(현대삼호중공업의)운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라면서"주먹구구식으로 순간만 모면하려다 더 큰 사고를 불러오기 전에 현장을 들여다보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노조는 외쳤다.
이처럼 사측은 재해가 발생하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것이 '안전제일'이지만 공염불이 된지 오래다. 노동자 사망사고 직후 김형관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통해 "중대재해가 발생해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면서"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요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말처럼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 '1호 ·2호 ·3호....'라는 오명을 쓰는 일도,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도 없어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무사히 가족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사측은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안전시설 투자에 힘써야 할 것이다. '죽음의 현장', '노동자의 무덤'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