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이 이란 다야니가(家)에 지급해야 할 국제투자분쟁(ISDS) 배상금 송금을 허용해 준 게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미국에서 나왔다.
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사이드 가세미네자드 이란 프로그램 선임고문은 27일(현지시간) 관련 글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으로 연결된 이란 기업에 한국 자금의 제재 해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가세미네자드 고문은 보고서에서 미 재무부가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이란 가전업체인 엔텍합 그룹에 빚진 6300만 달러(약 758억원)를 지불할 수 있도록 특별허가서를 발급한 것을 거론했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최종건 제1차관과 로버트 말리 미국 이란특사가 전주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ISDS 배상금 송금건을 포함해 대이란 제재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협의를 갖고 이란 다야니가(家)에 지급해야 할 ISDS 배상금 송금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지난 6일자로 배상금 송금을 위한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특별허가서를 발급한 바 있다.
다야니가는 이란 가전회사 엔텍합(Entekhab)의 대주주로 2015년 대우 일렉트로닉스 인수과정에서 계약금 약 578억원을 몰취당하자 이를 반환받기 위해 ISDS 중재를 제기했다.
당시 다야니가는 보증금과 보증금 이자 등 935억여원을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국제연합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판정부는 2018년 6월 정부가 청구금액 935억여원 중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다야니 측에 중재배상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대이란 제재에 따른 금융거래 제한으로 지급이 어려웠지만, 미국 정부가 특별허가를 하면서 송금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가세미네자드 고문은 엔텍합 그룹의 모하마드 레자 다야니 최고경영자(CEO)가 준군사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지부이자 이란 정부가 종종 무력으로 도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배치하는 주요 조직인 '바시(BASI)'의 기업가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IRGC와 바시지(Basij)를 특별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 단체로 지정했고, IRGC를 국무부의 해외 테러조직 리스트에 추가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다야니 CEO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측의 특별 지원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9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한국 가전 금지령'을 내린 것을 상기시켰다.
지난해 9월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제품이 이란에 판매를 재개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란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한국 가전 금지령'을 내렸다.
특히 당시 다야니 CEO 등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측에 삼성과 LG 가전제품의 이란 수입 금지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고, 서한에선 자신들을 미국의 대이란 경제전쟁에 있어 최전선에 있는 이슬람혁명의 군인들이라고 칭했다고 가세미네자드 고문은 소개했다.
그들은 서한에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이슬람 공화국의 업적을 수호할 것"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가세미네자드 고문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사기업들에 대한 전례없는 조치인 금지를 명령함으로써 응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엔텍합 그룹과 다야니의 사례는 이란과 거래할 때의 위험성과 제재 준수의 기준 강화, 고객 규칙 파악, 테러 금융 방지책 집행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자금의 이란 송금을 승인함으로써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미국의 IRGC 관련 제재의 집행을 약화시키고 있을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핵 협상의 결과로 이란에 대한 완전한 거래개방을 선언하기로 결정할지 모른다면서 "그러나 민간 기업들은 이러한 거래에 관여하기 전에 재고해야 한다. 차기 미 행정부가 방향을 바꿔 제재를 다시 가할 수도 있다. 민간기업은 총체적 인권침해, 테러, 돈 세탁에 명백히 관여한 단체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한다면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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