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에 문제가 있었는데 거래소는 왜 이런 주식을 상장시켜 준 겁니까?”
“상장폐지가 말이 됩니까? 1년이 넘는 개선기간 동안 입증을 못한 것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불충분한 것도 없었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거래재개를 위한 모든 준비를 다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상폐로 가는 것입니까?”

지난 1월18일 오후 6시1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상장폐지 공시가 뜨자 하루 내내 시위를 벌이던 소액투자자들의 입에서는 분노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1년 8개월 동안 거래재개만 손꼽아 기다리던 소액주주들에게 이번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상장폐지 결정은 청천벽력이었다.

이날 기심위 회의 과정에서 신라젠의 신약 개발 가치가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추가로 확보한 1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회사를 회생시키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는 거래소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2014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1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350억원을 선고받았다.이 혐의는 2016년 12월 신라젠이 상장되기 이전의 일이라는 점에서 거래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거래소는 이 같은 책임에서 최대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거래소가 상장시킨 주식이기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 이전에 발생한 범죄 행위를 사전에 감지하고 회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방법이 전무하다. 

기심위의 상폐결정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신라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신라젠 개인 소액주주는 16만5246명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6206만5797주. 거래 정지 직전 주가 1만2100원을 기준으로 해도 7510억원어치다. 전체 주주 중에서 1만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도 537명인데 거래 정지 전 주가 기준으로도 1만주의 평가 가치는 1억원이 넘는다.

물론 투자의 실패는 개인에게 있다. 개인이 신중하게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도, 거래소가 모든 기업의 범죄 행각을 미리 잡아내기도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가 신라젠의 신약 가치와 상장 전 문제점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사정은 다를 것이다.

앞으로 거래소는 제2의 신라젠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촘촘하고 세밀한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의 투명성 확보와 철저한 검증, 정보공시 강화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제도가 부족하다면 새로 만들고 사각지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내 안전망을 깔아야 한다. 거래소는 신라젠에 흘러간 돈이 국민들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