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휴전선 인근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대량으로 살포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대북전단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위반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정부가 박 대표에게 적용해 수사를 의뢰한 혐의 모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면서 애초에 정부의 수사의뢰가 무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박 대표의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6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공유수면관리법 위반,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위반, 업무상횡령, 항공안전법위반, 옥외광고물법 위반, 일반이적 등 7개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20년 6월 통일부는 박 대표가 2019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대북전단, 쌀 등을 살포한 행위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등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도 옥외광고물등관리법위반, 업무상횡령, 일반이적 등의 혐의로 박 대표에 대한 고발과 수사의뢰가 이어졌다.
통일부는 박 대표에 대한 수사의뢰 사실을 발표하며 대북전단과 물품 살포의 행위가 남북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북한으로 물품 등을 반출하면 불법이 되는데 박 대표와 대북전단 살포 단체가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전단 살포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물품 등의 반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통일부는 박 대표와 탈북단체들이 전단을 살포하기 위해 휴전선 인근에서 사용하면 안 되는 드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페트병에 담아 바다를 통해 북측으로 살포한 쌀 등의 물품들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바다에 머물러 해양쓰레기가 되는 경우 공유수면에 오염물질을 버리는 행위가 된다며 항공안전법, 공유수면관리법 위반 혐의 등도 추가했지만 검찰은 이 또한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박 대표가 전단 배포를 위해 드론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공유수면 오염에 대해서도 그가 페트병에 담아 흘려보면 쌀, 구충제, USB 등이 공유수면법에서 규정하는 폐기물이나 오염물질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봤다.
이외에도 검찰은 박 대표에게 적용됐던 업무상횡령,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위반, 일반이적, 옥외광고물법위반 혐의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다 없다며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검찰은 대북 비난 방송과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3월 이후에 박 대표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행위는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를 결정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4월 보도자료를 통해 비무장지대와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두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5000장을 북측으로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이 박 대표를 남북관계발전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박 대표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실제로 북한에 떨어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며 전단 살포 미수 혐의를 적용해 박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이 부분을 받아들여 지난달 26일 박 대표를 남북관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관련기사: 檢, '대북전단 살포 미수' 박상학 기소…남북관계발전법 위반)
대북전단 논란으로 법이 개정되고 개정된 법의 적용을 받아 결국 박 대표가 재판에 넘겨지긴 했으나 초기에 정부가 수사 의뢰에 나서면서 제기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의 조치가 다소 무리하지 않았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표의 변호를 맡은 이헌 변호사는 "이미 당시부터 (수사에 대해) 말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제기됐었다"라며 "대통령도 법조인이고 그쪽(정부)에도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이렇게 무리해서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식에 반하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통일부가 수사를 의뢰할 당시에도 정부가 대북전단을 비판하는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2020년 6월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자 정부가 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제지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는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정부는 앞으로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으며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과 국제 인권단체 등의 반대에도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을 강행 처리했다.
한편, 박 대표는 현재 탈북단체를 운영하면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고 기부금을 모집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취재진에게 벽돌을 던지고 신변 보호 경찰관에게 가스총을 분사한 혐의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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