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는 2월 중 BDC 도입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심사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심사가 마무리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입법 절차를 밟는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빠르면 상반기 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BDC는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비상장사 펀드’다. 증권사·자산운용사·VC(벤처캐피털) 등이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BDC를 세우고 일반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거래소에 상장한 후 이를 유니콘·데카콘 등 혁신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윤지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PI(자기자본투자) 전담부서를 설립하고 성장 유망한 핀테크 기업을 초기에 발견해 대규모 지분투자를 진행했고 이 중 상당수는 이미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초기 지분투자로 대규모 수익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험자본 투자가 장려되고 이를 위한 제도 개선과 새로운 제도 도입 등 금융환경의 변화와 함께 고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의 이해가 부합해 벤처투자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BDC 도입, 벤처투자 거래 활성화·스타트업 자금 조달 용이 기대
투자자는 상장 BDC를 일반 주식이나 ETF(상장지수펀드)처럼 매매할 수 있다. 이처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기구 형태로 운영하면 전문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도 쉽게 비상장기업 주식투자에 접근 가능하다.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벤처투자에 나서려는 경향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분석이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기적으로 현금을 얻을 수 있는 인컴(income)형 상품이 선진국에 비해 적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BDC의 도입은 투자상품이 다양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BDC를 통해 혁신기업에 대한 후속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혁신기업 투자가 주로 시드(Seed)·엔젤과 시리즈 A 등 초기 투자에 집중돼 있다. 초기와 중후기 투자 비중이 대략 7 대 3이다. 공모시장을 통해 혁신기업들의 후속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BDC는 민간자금이 비상장기업으로 원활히 흘러가도록 지원해 모험 자본 공급 활성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입법안에서는 BDC 자산의 최소 40% 이상을 비상장사나 코넥스 상장사, 벤처조합·신기술투자조합 등에 투자하도록 돼 있다. BDC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돼 운용될 경우 기존 혁신창업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대출에 의존했던 일종의 쏠림 현상에서 제한적으로나마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중소기업은 대부분의 자금 조달을 금융기관 대출이나 정책자금 등에 의존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중소기업 자금조달비중은 은행 대출이 73.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정책자금 23.4%, 직접금융 2.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20년엔 신규 자금의 49.6%를 은행 대출로 조달했다. 다른 조달 창구로는 정책자금 30.4%, 직접금융 9.4%, 기타 0.6% 등이다. 여전히 직접금융 이용 비율이 낮고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은 투자보다 대출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창업 초기 중소기업은 그나마 대출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은행은 재무제표에 의한 신용도에 따라 여신 공급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VC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VC들의 투자 유치는 확률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투자를 받아도 VC에게 지분의 상당 부분 가격을 디스카운트해 이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지배 구조가 변할 때 리스크를 떠안고 싶지 않은 창업 초기 기업은 자본시장 투자 유치 자체를 망설인다. BDC를 통해 투자 자금을 공급받으면 기업 입장에서 안정적인 지분 구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본시장 고위험 상품 등장… 투자자 손실 우려 제기도
다만 BDC 투자가 비상장사 투자인 만큼 투자위험이 높아지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어렵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단 금융상품이 아니어서 제대로 된 투자자 정보 제공이 어렵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나 은행에선 고위험군 투자 금융상품에 대해선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하지만 상장종목인 BDC에 대해선 제대로 된 사전지식 없이 투자에 나설 수 있다”면서 “BDC를 스팩이나 고배당주로만 인식하고 투자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할 경우엔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벤처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대로 투자금 회수가 안될 경우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고 특히 BDC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초기에 이런 손실이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규제를 적용해 공모펀드 수준의 투자자 보호의무를 부과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BDC는 분산투자의무(10%한도), 펀드재산 별도 보관, 회계감사의무, 손익·결산 등 주요사항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갖는다.
문종일 코스콤 BDC 정책 자문 변호사는 “BDC의 경우 공모집합투자기구로 거래소에 상장된다는 점에서 투자대상에 대한 공정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식회계를 한 기업이 상장돼 거래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