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 2021.5.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광복회 수익사업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드러난 김원웅 광복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광복회원들의 무기한 농성이 16일 시작될 예정이다.
광복회개혁모임과 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 광복회재건비상대책모임 등 일부 회원들이 결성한 '김원웅 퇴치 집행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집회를 연 뒤 회관 4층에서 김 회장이 사퇴할 때까지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이완석 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 대표는 "김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비자금 의혹이 드러나 조직 전체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김 회장이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으니 우리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성엔 이 대표 등과 뜻을 같이하는 광복회원 30~50명이 참여할 계획이며, 김 회장의 업무 수행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물리력도 행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들의 광복회관 진입 및 농성 과정에서 김 회장을 지지하는 광복회원 등과의 충돌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 참석할 예정인 광복회원 A씨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우리 조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다"며 "김 회장을 옹호하던 회원 중 돌아선 사람도 계속 생기고 있기 때문에 극한의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회 등 보훈 공법단체에 대한 관리·감독업무를 맡는 국가보훈처가 최근 공개한 광복회 감사결과에 따르면 김 회장은 광복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에서 운영해 온 야외 카페 '헤리티지 815' 수익금으로 수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비자금 사용내역을 보면 무허가 마사지 업소 이용비 60만원, 한복·양복 구입비 440만원, 이발비 303만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김 회장이 설립한 협동조합 '허준 약초학교'에도 공사비 1486만원, 묘목·화초 구입비 300만원, 강사비·인부대금 80만원 등 2000만원 이상의 비자금이 들어갔다.

김 회장 친인척이 운영하는 골재회사가 광복회관 내 사무실과 집기류를 무상으로 사용한 사실도 이번 감사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보훈처는 김 회장의 이 같은 비자금 조성·사용 등에 따른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김 회장 등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서울 여의도 소재 광복회관. 2019.2.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그러나 김 회장은 보훈처의 이번 감사결과가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김 회장은 또 자신에 대한 일부 광복회원들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선 "비리를 저지른 전 직원의 잘못을 덮어씌워 몰아내려는 것"이라며 맞서왔던 상황이다.
다만 김 회장은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상정될 임시총회를 오는 18일 열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9일 일부 회원들이 제출한 임시총회 요청서를 직권 반려했다가 14일 대의원 등 총회 구성원들에게 임시총회 개최에 대한 공문을 발송했다. 김 회장 불신임안 투표가 이뤄질 광복회 임시총회는 18일 오전 11시 광복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 회장 불신임안은 총회 무기명 투표에서 전체 대의원 61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 즉 41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해임안이 가결되면 김 회장은 2019년 6월 취임 후 2년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된다.

김 회장의 이번 총회 소집 결정을 두고 광복회 안팎의 사퇴 압박에 못 이겨 '거취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일부 회원들은 오히려 "김 회장이 해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의 갑작스러운 총회 소집에 지방에 거주하거나 연로한 대의원들은 참석이 어려울 수 있단 이유에서다.

게다가 김 회장 측에서 앞서 총회 소집에 동의한 대의원들에게 '소집 동의서에 서명한 건 안건 내용을 읽지 못하고 서명한 것이었으나, 안건을 확인해보니 동의할 수 없어 서명한 것을 철회하고자 내용증명을 보낸다'는 내용의 서류 작성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일고 이다.

광복회원 B씨는 "김 회장이 임명한 지부장·이사 등만 결집해도 21표가 나오기 때문에 해임안이 부결될 수 있"며 "김 회장이 이들을 믿고 돌연 총회 개최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이번 비자금 조성 파문과 총회 소집을 계기로 김 회장 취임 이후 계속돼온 광복회 내 '친김(친김원웅) 대(對) 반김(반김원웅)' 갈등도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출신의 김 회장은 그동안에도 광복회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도 불구하고 여권 편향 시비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김 회장 취임 후 광복회는 유독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들에게 각종 상을 수여했다.

김 회장은 또 그간 공식 석상 등에서 "박근혜(전 대통령)보다 일제 때 항일무장을 투쟁한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김정은(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이 낫다" "해방 이후 들어온 소련군은 해방군이었고 미군은 점령군이었다" "차기 대통령은 빨갱이 소리를 듣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광복회원 C씨는 "우리 단체가 1965년 설립된 이후 내부에선 크고 작은 일이 있었어도 김 회장 취임 이후처럼 언론에 노출되고 비난받은 적이 없다"며 "지금은 우리가 정치단체처럼 비치기도 하는데 본래 취지에 맞는 단체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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