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폭격기 B-52H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맞서 '강온 양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에 재차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미군 당국에선 주요 전략자산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진 배치한 사실을 전격 공개하는 등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미군 태평양공군사령부는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전략폭격기 4대와 운용병력 220여명이 최근 태평양의 미국령 괌 소재 앤더슨 기지에 배치됐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군의 B-52H가 괌에 배치된 건 작년 8월 이후 처음이다. B-52H는 최대 31톤의 핵폭탄을 싣고 6400㎞ 이상 비행할 수 있어 '성층권의 요새'로 불린다.

태평양공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B-52H가 괌에 도착한 건 이달 9일 무렵이다. 그러나 미군 측이 이 사실을 나흘 뒤 공개하면서 "북한의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16일)을 의식했던 것 같다"는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광명성절'이 제80주년으로서 북한이 특별히 기념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란 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올 들어 1월 한 달에만 동안 탄도미사일 6차례·순항미사일 1차례 등 총 7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특히 지난달 30일엔 북한에서 쐈을 때 괌 타격이 가능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했다. B-52H의 이번 괌 배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달 19일엔 김정은 총비서 주재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에서 4년여 간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여부를 검토하도록 관계부서에 지시하기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 제80주년을 맞아 "수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6일 저녁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17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미군 정찰기 RC-135V '리벳조인트'가 15~16일 이틀 간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임무를 수행한 것도 이 같은 북한의 광명성절 계기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15일(현지시간·한국시간 16일) 이뤄진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조건 없이 북한과의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며 "북한의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적 관여"를 촉구했다.

미 정부는 앞서 12일(한국시간 14일) 미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 때도 이와 같은 입장을 피력했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광명성절을 열병식 등 군사적 행동 없이 조용히 넘기긴 했으나,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측은 작년 하반기부터 '대북 적대정책과 2중 기준 철회'를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며 미국 측의 대화 제의를 사실상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요구하는 대화 재개 선결조건엔 Δ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Δ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또는 완화 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칙에 입각한 대북 외교'를 강조해온 바이든 정부로선 자칫 '일방적 양보'로 비칠 수 있는 이 같은 요구사항들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이 경우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무시당했다'고 판단해 도발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단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핵·ICBM 시험 재개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단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선 미국 측이 보다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미군 전략자산이 다시 한반도에 전개돼야 북한도 위협을 느낄 것"이라며 "그래야 북한도 2018년처럼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미국은 북한이 당분간 대화로 나오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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