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월21일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최근 급격히 상승한 배달 수수료는 외식 물가 상승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며 “배달비를 아끼려고 아파트 주민들끼리 한 번에 배달시키는 ‘배달 공구’까지 등장했다”라고 말했다.
배달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배달비가 서민 체감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배달비 1만원 시대’ 얘기까지 나오자 정부가 뒤늦게 꺼내 든 카드는 배달비 공시제다. 플랫폼별로 배달비를 공개해 경쟁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달비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해당 정책이 시행되면서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배달 수수료 현황을 조사해 협의회와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배달 앱별 수수료, 거리별, 배달방식별(묶음·단건) 수수료 정보를 공개한다. 최소 주문액, 지불 배달 할증 여부와 주문 방식에 따른 금액도 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배달비 공시제의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란 지적이다. 이미 배달비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배달비 경쟁을 유도해 봤자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배달비가 비싸진 원인은 라이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배달비를 공개해 비교하는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접근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문 수요는 크게 늘어났지만 라이더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의 경우 이미 지난해 8월 월 주문건수 1억건을 돌파했다. 여기에 쿠팡이츠가 불을 붙인 ‘단건배달’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면서 라이더 수는 더욱 부족해졌다.
플랫폼별 배달비를 온라인으로 공개한다는 정부는 배달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배달업계는 배달주문 앱을 통한 음식 주문으로 거래가 시작된다. 우리가 아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를 말한다. 이 앱들은 음식 주문을 식당으로 연결해주는 중개 기능을 한다.
이런 앱에서 발생한 주문을 소비자에게 운반해주는 역할은 배달대행업체에서 맡고 있다.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등이 대표 사업자다. 자영업자인 라이더들이 이들과 계약을 맺고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는 플랫폼이 결정하거나 수취하는 것이 아니다. 라이더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소비자와 식당이 나눠 부담한다. 식당에서는 주문금액이나 거리 등에 따라 배달비를 다르게 책정할 수 있다.
배달 앱이 배달비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별 배달비를 공개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배달비는 피크 시간이나 폭염·폭설 등의 변수에 따라 변동이 크기도 하다. 이를 온라인에서 정기적으로 공개한다고 해서 배달비 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 진단이 잘못됐으니 처방은 엉뚱할 수밖에 없다.
대책을 세우려면 상황과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정부는 의미도 효과도 없는 배달비 공시제보다는 라이더 공급 부족을 해소할 방안 등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