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흥그룹은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사진=중흥건설
◆기사 게재 순서(1) 임원 절반 물갈이 됐지만… 연봉 톱3 ‘노사 합의’ 파격적 행보

(2) 아버지 꿈을 향한 정원주의 발걸음 “다 왔다”(3) 12년 만에 만난 새 주인… 잊고 싶은 ‘금호와의 악몽’ 떨칠까
“뒤에서 도왔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9일 대우건설 본계약 체결식에서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54)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사실 정 부회장은 부친인 창업주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80)을 대신해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했다. 기업실사에 직접 참여했고 자신이 유일한 주주로 있는 중흥토건에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언론을 비롯한 각종 대응에도 직접 나섰다. 업계에선 M&A 완료 후 정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꿈꿨던 19세의 목수, 이제는 ‘글로벌 기업’ 향해 간다

정창선 회장은 2020년 1월 광주상공회의소에서 “3년 내 대기업을 인수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로부터 2년 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호남 기반의 ‘지역구’ 건설업체인 중흥이 ‘전국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시공능력평가액(2021년·이하 시평액)을 기준으로 할 때 단숨에 2위로 올라서게 됐다.

중흥토건(17위·2조585억원) 중흥건설(40위·1조1302억원) 대우건설(5위·8조7290억원)의 시평액을 합치면 11조9177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22조5640억원)보다는 낮지만 현재 2위인 현대건설(11조3770억원)에 앞선다. 물론 시평액 산정방식은 이 같은 단순 합산이 아니기 때문에 합병을 하더라도 실제 순위는 다를 수 있다. 시평액은 공사실적평가액,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 등으로 구성된다.

정 회장은 19살 때부터 공사 현장에서 목수로 일했다. 그는 1983년 금남주택을 세웠고 1989년 중흥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1993년 중흥종합건설, 2000년 중흥건설산업 등을 설립하며 계열사를 늘려왔다. 2000년대에는 ‘중흥S클래스’ 브랜드를 선보이며 서울 도봉구, 광주광역시 북구, 대전광역시 서구 등을 비롯해 사업영역을 전국구로 넓혀 나갔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중흥그룹은 전국구 건설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9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식에서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며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고 약속했다. 지역구에서 전국구,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포부다.

2세 경영권 승계 임박한 ‘중흥’

현재까지 중흥그룹은 중흥건설 지분을 정 부회장에게 넘기는 게 아니라 중흥토건을 설립해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갖도록 했다./그래픽=김영찬 기자
정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은 부친으로부터 건설현장에서 실무를 익혔고 2020년 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인 중흥토건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M&A가 마무리되면 2세 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중흥그룹은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대우건설 지분 50.75%(약 2조1000억원) 가운데 중흥토건이 40.60%, 중흥건설이 10.15%를 각각 가져가는 방식이다. 대우건설 인수자금 마련 기여도를 고려하면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현재까지 중흥그룹은 중흥건설 지분을 정 부회장에게 넘기는 게 아니라 중흥토건을 설립해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갖도록 하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중흥건설은 중흥토건의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고 자회사들은 중흥토건에 시공을 몰아줬다.

그 결과 중흥토건은 매출 규모, 영업이익, 현금성 자산 등에 있어 부친 회사인 중흥건설보다 앞서 있다. 2021년 중흥토건은 연결 기준 매출액 1조6533억원, 영업이익 25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흥건설의 매출액은 5309억원, 영업이익은 819억원이었다.

M&A 이후 정 부회장이 중흥건설 지분까지 인수하면 중흥토건을 비롯해 중흥건설, 대우건설 등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 경우 증여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76.74%에 달하는 중흥건설 지분 증여세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중흥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어서 경영권 승계를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대우건설 인수 마무리 단계

중흥그룹 인수단과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2월 7일 최종 인수조건에 합의했다. 양측은 중흥그룹이 인수 종료 후 3년간 사업부 분할 매각이나 법인분할을 하지 않고 대표이사도 내부 임원 중에서 뽑기로 합의했다. 최소 5년간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기로 했다.

상장기업인 대우건설이 그룹 내 편입됨에 따라 비상장기업인 중흥건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그동안 중흥그룹은 계열사들의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해왔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계기로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정보와 지분구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행방안 등이 대우건설을 통해 공개돼 투자자들의 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