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영업을 종료한 서울시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가 모습./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결국 네번째 코로나 대출 연장… “자영업자 지원” vs “부실 키우기”

② 빌리고 갚는 것도 어려운데 이자까지… 소상공인 ‘대출절벽’ 몰리나

③ “법정 최고금리 더 낮추자” 술렁이는 금융권


#. “어째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 보다 장사하기가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땐 맘 놓고 문이라도 열어 놓을 수 있었지”

경기도 성남에서 28년째 찌개집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때는 직장인의 ‘점심 성지’로 저녁엔 술을 마시는 이들로 북적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 옛말이 됐다. 김씨는 “나갈 돈은 매달 정해져 있는데 매출이 줄어 급하게 고금리 저축은행 대출이라도 받아볼까 해도 이젠 대출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며 “돈을 빌리지 못해 문제인데 막상 돈을 빌려도 갚지 못할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저신용자와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이 큰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차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며 당장은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불어날 대로 불어난 대출규모에 금리까지 올라 이자 부담까지 커졌고 돈 빌리기는 더 어려워지는 삼중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대출잔액 100조원 껑충… 돈 빌린 사장님 늘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100조5883억원으로 한 달 사이 2조4559억원이 불었고 전년동기(77조6675억원)보다는 약 22조원, 2년 전(65조원)과 비교해 약 35조원이 늘었다. 2016년 12월 여신잔액은 43조464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5년 사이 규모가 2배 이상 커진 셈이다.



코로나19로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저축은행을 찾은 사장님들도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규모는 59조6813억원으로 전월(57조2705억원)보다 2조4108억원 증가했다. 전년동기(43조8065억원)와 비교해선 15조8748억원 증가한 수치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9월 이후 역대 최고치이기도 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악화로 기업의 대출수요가 늘어난 데다 가계대출에 집중했던 저축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기업대출로 확대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저신용자 어쩌나… 2금융권 돈 빌리기 어려워진다

사진=김은옥 기자


하지만 올해 2금융권의 대출 잔액 추이는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카드론이 포함되는 데다 21%였던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해부터 10~15% 수준으로 낮아져서다. 여기에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가 시작된 만큼 차주의 상환능력을 우려한 2금융권의 대출태도는 당분간 까다로울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2금융권의 대출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저축은행의 1분기 대출태도지수를 –13으로 내다봤다. 플러스(+) 부호는 대출태도 완화를 의미, 마이너스(-) 부호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물론 지난해 4분기(-22)보다는 상대적으로 돈 빌리기가 수월해진 모습이지만 정부의 본격적인 대출관리가 시작되기 전인 전년동기(3)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반면 올 1분기 시중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0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4분기(-19)와 비교해 막혀있던 대출길이 뚫릴 것으로 전망했다.



시중은행과 2금융권의 상반된 대출 기조 외에도 신용등급에 따른 저신용자 소외현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내줄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인 금융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저신용자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방침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저신용자의 대출절벽은 현실이 됐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40곳 중 저신용자(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는 은행은 12곳으로 나타났다. SBI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 ‘직장인 대출’의 경우 신용점수 600점 미만의 저신용자 비중은 지난해 12월 기준 0.31%로 전년동기(1.33%) 대비 1년 새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OK저축은행의 ‘마이너스OK론’의 지난해 12월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의 대출 비중은 0.99%로 1년 전(3.1%)보다 2%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저신용자가 대출을 받는다 해도 전체 취급 비중에서 1% 넘지 못하는 현실이다.


카드사도 비슷하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해 1월엔 7~8등급까지도 카드론 대출을 승인했지만 12월에는 5~6등급까지만 취급했다. 여기에 돈을 빌리더라도 이자가 문제다. 지난 1월 삼성카드는 9~10등급의 대출자에게도 카드론을 내줬지만 무려 19.70%에 달하는 이자율을 적용했다. 이외 롯데카드는 7~8등급의 대출자에게 19.68%, KB국민카드는 19.79%를 각각 적용했다.

업계는 올해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부의 상환유예 조치와 무관하게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환유예 조치로 당장은 2금융권 차주들이 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대출규제가 강화된 데다 잠재부실이 장기화된다는 점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정부의 지시를 따르면서 업권 자체적으로 차주들에게 이자를 일시적으로 감면해주거나 추가 연장을 하는 등 단계적 정상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만큼 차주들의 대출 수요를 살피면서 연체율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