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동(海東) 여섯 용이 날으시어 하는 일마다 모두 하늘의 복이시니, 고대의 성인들과 꼭 같으시니이다." [용비어천가] 제1장의 첫 문장이다. 권제, 정인지, 안지 등 조선의 관리들은 이어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나니"라며 왕조 창업의 정당성을 노래했다.
약 580년이 지난 현대로 돌아와 보자. 새로 당권을 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 내내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를 내세웠다. 그는 "완벽한 당정일치"를 외쳤다. 당선 일성으로 "대통령과 국정 방향을 교감하고 눈빛만 봐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인 지난해 7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리는 자리에서 "김대중의 길은 지금 이재명의 길이 됐다"고 했다. 같은 해 12월 이 대통령을 두고는 "정책을 가장 깊이 아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대표는 "요새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5년이 너무 짧다'고 하는 거 아니냐. 심지어 '더 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있다"고도 했다.
야권에선 '명비어천가'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용비어천가는 군주에 대한 찬사로 끝나지 않는다. 선대 왕들의 업적을 칭송한 노래는 109장까지다. 110장부터 125장까지 16개 장은 임금을 향해 ▲자만하지 말라 ▲역사를 잊지 말라 ▲백성을 두려워하라고 경고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직언하는 신하의 뜻을 잊지 마라"(121장) "군주의 총애를 독차지하려는 소인을 경계하라"(122장) 등이다. [용비어천가]의 125장은 하나라 태강왕의 고사를 소개하며 끝난다. 선조의 위업만 믿고 사냥에 빠졌다 나라를 잃은 인물의 이야기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심은 김 대표를 선택했지만 민심은 달랐다.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50.70%로 앞섰고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친청(친정청래)계로 채워졌다. 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돼 온 김용 후보는 낙선했다.
그러나 김민석 지도부는 성찰보다 사법부에 대한 공세로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19일 첫 지도부 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당장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20일에는 당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전국에 걸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여권과 갈등을 이어왔다.
대통령과 눈빛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대통령이 듣기 싫어할 말을 옮기는 일이다. 민심을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하는 것이 집권여당 대표의 본령이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게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돕는 길이다.
당 태종은 사사건건 쓴소리를 하던 위징을 곁에 뒀다. 643년 위징이 죽자 "거울 하나를 잃었다"고 했다. 이후 태종은 고구려 원정을 강행했고 결국 실패했다. 김 대표가 이 대통령이 성공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도록 그 거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시대와의대화] "대통령 '내 맘대로 하면 되는 거지'… 그러니 다 실패"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①](https://i.ytimg.com/vi/50WYnbSsBE0/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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