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F가 10년 넘게 라이선스 형태로 운영해온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직접 품었다. 국내에서 키운 브랜드를 중국으로 확장한 데 이어 아시아에 한정됐던 사업 무대를 북미와 유럽 등 세계 시장으로 넓힐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패션을 넘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음료까지 브랜드 활용 범위가 열리면서 디스커버리를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울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F는 지난 13일 미국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패션 관련 상표권과 지식재산권을 8000만달러(약 1132억원)에 인수했다. 상표권과 함께 도메인, 소셜미디어(SNS) 계정, 마케팅 저작물·저작권, 계약상 권리와 영업권도 넘겨받았다.
계약은 체결과 동시에 종결됐다. 인수대금의 95%인 7600만달러(약 1077억원)는 거래 종결일 지급했으며 나머지 400만달러(약 55억원)는 중국 상표권 이전등록과 연계해 순차적으로 지급한다. F&F는 이번 인수 효과로 사업 운영 안정성 강화와 글로벌 사업 기반 구축, 로열티 부담 해소에 따른 수익구조 개선을 제시했다.
인수 범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F&F가 사들인 것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패션·라이프스타일 관련 권리로 디스커버리 채널을 비롯한 미디어 IP 자체는 아니다. 미국 디스커버리 측은 기존 방송·미디어 사업을 계속하고 F&F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운영한다. 양측은 이를 위해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병존계약(공존계약)을 맺었다.
F&F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9340억원을 기록한 국내 패션업계 최상위권 기업이다. MLB와 MLB KIDS,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듀베티카, 수프라, 세르지오 타키니 등 6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F&F와 디스커버리의 인연은 2012년 시작됐다. 미국의 미디어 IP에 탐험과 자연이라는 이미지를 입혀 국내에서 아웃도어 브랜드로 재해석했다. 이후 패딩을 비롯해 신발과 가방, 키즈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한때 연매출 5000억원에 육박하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해외 진출은 2024년부터 본격화했다. F&F는 그해 7월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12개 국가·지역에서 디스커버리를 제작·판매·유통할 수 있는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같은 해 11월 중국 장춘에 첫 매장을 열며 해외 사업에 나섰다. 아시아 판권으로 시장성을 확인한 지 2년 만에 글로벌 상표권까지 손에 넣었다.
이번 계약으로 확보한 상표권에는 의류·신발·가방뿐 아니라 안경·선글라스와 화장품·세면용품이 포함됐다. 건강기능식품·비타민제와 비알코올음료·에너지드링크 분야에서 상표를 출원·등록·사용할 권한도 추가됐다. F&F 측은 "계약 초기라 구체적인 사업 분야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종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F&F는 이미 해외에서 브랜드를 키워본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MLB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스포츠 IP를 패션으로 재해석해 국내에서 성장시킨 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을 넓혔다. 올해 상반기 MLB와 디스커버리 등을 포함한 중국 매출은 48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 늘었다. 2022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의 IP 보유법인과 운영법인 지분 100%를 인수했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현재 유럽에서 라이선싱, 북미에서 홀세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MLB의 성공 방정식을 디스커버리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MLB는 야구라는 원천 IP 자체가 모자와 유니폼 등 패션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디스커버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며 "한국에서는 디스커버리의 탐험·자연 이미지를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로 안착시켰지만 북미에서는 미디어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해 이를 패션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디스커버리의 높은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인 동시에 F&F의 브랜드 빌딩 능력이 검증받을 무대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키운 디스커버리가 MLB에 이어 F&F의 다음 글로벌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이번 도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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