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거리환경지킴이가 서울 성북구 장위로 인근에서 바닥에 있는 불법사금융업체 광고를 줍고 있다./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 결국 네번째 코로나 대출 연장… “자영업자 지원” vs “부실 키우기”

② 빌리고 갚는 것도 어려운데 이자까지… 소상공인 ‘대출절벽’ 몰리나

③ “법정 최고금리 더 낮추자” 술렁이는 금융권


오는 3월9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해 7월7일 기존 24%에서 20%로 인하된 지 1년이 채 안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서민경제가 위축된 만큼 다시 상한선을 낮춰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금융권이 대출 심사 기준을 높일 것이고 대출 문턱에서 미끄러진 이들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떠밀려갈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최고금리 인하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추가 인하 필요” 법안만 6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제출된 관련 법안은 총 6건이다. 추가 발의된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여전히 법정 최고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병덕(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의원 등 14인은 최고금리를 연 20%에서 15%에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경제 상황을 봤을 때 20%의 최고금리는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에 부담이 되는 상황으로 상한선을 연 15%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최고 이자율을 2배 초과한 경우 법정형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인 이수진(서울 동작구을) 의원 등 10인은 이보다 더 낮은 13%를 내세웠다. 이들은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소비위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에게는 여전히 높은 이자율이 부담이 되고 있다”며 “서민들을 약탈적 고리대출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법안 의도를 설명했다. 여기에 서일준(국민의힘·경남 거제시) 의원 등 12인 역시 최고금리를 20% 아래로 더 낮춘다는 법안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법정 최고금리 손질을 금융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법정 최고금리의 적정수준은 11.3∼15% 정도”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률과 자영업 폐업의 증가로 이제 고금리 대부업 이용의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 최고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금리인하요구권을 보다 강화해 서민들의 금융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민 위한 보호장치가 오히려 족쇄될까



정치권은 서민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선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법정 최고금리가 더 낮아지면 금융사의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저신용자의 금융 이용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질 때마다 제기된 우려이기도 하다. 이미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로 불법 사금융에 발을 들인 이들도 존재한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직전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18년 2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27.9→24%) 이후 26만1000명의 금융이용이 축소, 최대 5만명이 불법사금융으로 이탈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졌을 땐 31만6000명의 민간금융 이용이 제한되고 이 가운데 3만9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도권 금융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부업계도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 대출잔액은 2018년말 17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14조5000억원으로 감소, 대부업 이용자수는 같은 기간 221만3000명에서 123만명으로 줄었다. 조이크레디트대부는 2020년 1월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웰컴금융그룹의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대부’와 ‘애니원캐피탈대부’는 지난해 말 대부업 라이센스를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국면에서 나온 선심형 ‘표퓰리즘’을 우려하며 법안 발의 시 충분한 논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성목 서민금융 연구원장은 “표면적으론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이자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등 오히려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돈줄이 막힌 곳을 뚫어주고 서민들의 경제생활에 숨통을 틔어 주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지만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형 법안들이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표심을 잡기 위해 관련 법안들이 제출된 건지 서민들을 위해 충분한 연구를 거쳐 나온 주장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할 경우 차주들의 이자경감 효과, 불법 사금융 이탈 가능성 등에 대한 연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