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정윤영 기자,김민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4일째, 우크라이나 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를 넘어가며 날이 밝아오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은 이들의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에 부딪쳐 더딘 전진을 보이고 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들의 예상보다 큰 인명 피해를 입고 있으며 다수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혀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이날 '국제금융결제망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차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러시아는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30㎞ 앞까지 진격했으며 러시아 전체 병력 50% 이상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다고 추정하고 있는 만큼 '야간 공세 극복이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야간 공세를 고비로 예상하며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병참 문제뿐만 아니라 서방으로부터 군비 지원을 받아 맹렬히 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예상보다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고 영 국방부는 밝혔다.
◇ 우크라이나 밖에서는 세계의 '反러 시위' 들불처럼 번져
우크라이나 밖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를 비난하는 시위가 전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 본부 앞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대 약 1000명이 모여들었다.
시위대는 유엔사무소 앞에 전쟁으로 희생된 민간인들을 상징하는 '부러진 의자' 앞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었다. 시위대는 각국 정부들이 러시아에 대한 더 엄격한 조치를 회피하고 중립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인들도 동참해 "나는 러시아인이다"라며 러시아인도 전쟁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프랑스 전역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프랑스 북서부 지역인 렌에서도 시위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한 시위자는 우크라이나가 쓰러진다면 다음은 당신 차례라며 경고하는 팻말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유럽평의회가 위치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도 시위대 약 3000명이 모여 푸틴은 암살자라 규정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이웃국가인 핀란드 헬싱키 도심에서도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거나, 푸틴의 사진에 붉은 손도장이 찍힌 포스터를 들고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도 약 3000명의 시위대가 인권 광장(Platz der Menschenrechte)에 몰려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10000명의 시위대가 몰리기도 했으며, 밀라노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하늘색 장식을 활용한 시위를 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퍼졌다. 한 시민은 푸틴과 히틀러를 합성한 포스터를 들면서 푸틴을 비난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바르셀로나에 약 1000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러시아인 디미트리는 AFP에 이번 러시아의 침공 행위로 러시아가 막대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우리 모두가 고통 받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구소련 국가이자, 지난 2008년 러시아의 침략을 겪은 조지아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약 3만명의 시위대가 트빌리시에 모여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국기를 흔들며, 국가를 부르면서 행진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러시아의 침공에 충격을 받고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우크라이나계 아르헨티나인들이 포함된 약 2000명의 시위대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 외치거나,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시위대에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이후 딸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테티아나 아브람첸코(40)도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억누르며 AFP통신에 "지금 나의 가장 중효한 감정은 분노"라며 러시아의 군사 침략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란에서도 약 50명의 시위대가 촛불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전쟁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 러, 키예프서 30km 떨어진 바실키프 타격...유류 터미널 불길에 휩싸여
한편 러시아는 키예프를 포위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키예프에서 남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바실키프를 타격해 유류 터미널(oil terminal)에 화재를 발생시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탈리아 발라시노비치 시장은 "적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 CNN은 키예프의 남쪽 밤 하늘을 밝힌 두 차례의 대형 폭발이 27일 이른 새벽에 있었고, 이는 바실키프 주변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은 바실키프엔 넓은 군용 비행장과 연료탱크들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지역에선 지난 25일 밤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밤 사이에 키예프는 상대적으로 조용했으며 도시 곳곳에선 산발적으로 총성이 들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키예프 외곽에서 교전이 벌어졌다는 것은 소규모 러시아 병력이 주력 군을 위한 진입로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일부 병력이 키예프 내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과 영국 정보 당국은 대규모 병력은 26일 오후 현재, 30km 떨어진 곳에 배치돼 있다고 전했다.
키예프에 내려진 통금은 26일 오후 5시부터 28일 오전 8시까지 연장됐다. 키예프 시장실은 "더욱 효과적인 수도 방어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통행금지가 2월26일 오늘 1700시부터 2월 28일 아침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통금이 "금일 오후 5시부터 일요일 오전 8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키예프 시는 주민들에게 파편이나 총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창문에서 떨어져 있으라고 당부했다. 다수는 지하실이나 지하 창고, 지하철 역에 대피한 상태다.
◇ 러 국방부, 모든 부대에 "협상 결렬, 우크라 진격 확대하라"
앞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협상 제안을 거절했다고 주장하면서 자국 병사들에게 공세를 확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측이 협상 과정을 거부한 후 오늘 전 부대에 모든 방향에서 우크라이나 진격 작전을 개시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같은 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도 "푸틴 대통령은 어제 협상을 기다리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작전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진격은 계속됐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측이 협상을 본질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군사작전 오늘 오후 재개됐다"고 알렸다.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과 최후통첩 요구를 제시했다"면서 "우크라이나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측의 수용할 수 없는 조건과 최후통첩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거부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협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3자 회담을 선제안했고 우크라이나는 회담 장소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제안한 바 있다.
민스크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 종전을 위해 2014년과 2015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재 하에 양국이 민스크 협정을 체결한 곳이다.
이런 상황 속 서방 측은 우크라이나 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세대 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뒤흔든다"고 비판했다.
숄츠 총리는 "푸틴의 침공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며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편에 가까이 서 있다"고 덧붙였다.
스테펜 자이베르트 정부 대변인은 독일이 대전차 무기 1000여대, 스팅어 미사일 500여개를 우크라이나 측에 보급할 예정이라며 이들은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독일은 분쟁 지역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오랜 정책을 뒤집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결정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의 일련의 사건들로 절망감을 느낀 많은 독일인들에게 안도감을 준다"면서 "점점 더 아돌프 히틀러와 동일 선상에 놓여지고 있는 푸틴에 의해 무고한 사람들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계속되는 적대 행위 속 보다 많은 군사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군사 장비를 지원하고 연료를 보낼 것"이라면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국가 및 미국과 공조해 경제·금융 제재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러시아 인사에 대한 금융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체코, 네덜란드, 포르투갈 역시 같은 날 우크라 측에 증원군 파견을 약속했다.
체코는 우크라이나 측에 850만 달러(약 102억원) 규모의 무기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기관총, 기관총, 저격용 소총, 권총과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도록 무기 선적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스팅어 미사일 200기를 공급할 예정이라면서 다른 군사 물자도 전달 중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지원군을 파견할 것"이라며 "이는 민주국가의 자유에 대한 전쟁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이라고 밝혔다.
◇ 영국軍, 나토 동부 전선 배치…"영토·주권 위협하는 러 침략 억제"
같은 날 영국 군도 나토의 동부 전선을 강화하기 위해 동유럽에 도착했다고 영국 국방부가 발표했다.
영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영국 해군 함정, 육군, 공군 전투기를 동유럽에 배치했다"면서 "연안경비함인 HMS 트렌트는 멀린 헬기, RAF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와 지중해 동부에서 나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HMS 다이아몬드 구축함이 영국 남부의 군항 포츠머스에서 합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국방부는 또한 탱크와 장갑차가 독일에서 에스토니아로 도착했다면서 앞으로 수천명의 병력과 추가 장비가 도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국방부는 키프로스와 영국의 기지에서 타이푼 전투기가 공중급유기와 함께 루마니아와 폴란드 상공 등 나토 영공을 순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우리 군대는 다시 한번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있다. 나토를 지원하기 위해 배치된 모든 병사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러한 배치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와 주권을 위협하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는 억지력을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27일 유엔 안보리 특별 총회 요청…'러 철군' 결의안 재추진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알바니아는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요청했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27일로 예정된 이번 긴급 회의에서 안보리 15개 회원국 가운데 9개국만 찬성표를 던지면 결의안이 채택돼 28일 특별 총회에서 상정된다.
앞서 25일 열린 안보리에서 러시아는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 표결에 거부권(비토)을 행사해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중국과 인도는 기권표를 던졌다.
당시 결의안은 미국이 초안을 작성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으로 철군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반군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 것을 번복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초 이번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돼 채택될 가능성이 낮았다.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지만, 미국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 비토를 던질 수 없는 유엔 총회에서 이 결의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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