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조인트 베이스 앤드루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우호적 관계를 언급하며 한미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접근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번 조치는 한미동맹은 물론 한반도 안보 환경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17~27일) 연습의 규모와 시행 방식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현재 한반도 정세와 북미 관계를 고려할 때 기존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북한에 불필요하게 적대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강조하며 외교적 해법과 대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엔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판문점 회동 장면을 담은 사진을 잇달아 공개하며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부각해 왔다. 이번 훈련 축소 지시 역시 북한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북 유화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결정은 군사 일정 조정을 넘어 미국의 대북 전략 전반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정례적인 연합훈련을 통해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에도 한미연합훈련을 "비용이 많이 드는 전쟁 게임(War Games)"이라고 지칭하며 축소 또는 중단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는 한국 정부가 시행하는 국가위기관리 훈련인 을지연습과 한미연합군의 군사연습을 결합한 대표적 연례 방어훈련이다. 유사시 한미 양국의 통합 대응 능력과 전시작전 수행 절차를 점검하는 핵심 훈련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미동맹의 실질적인 군사 대비태세를 상징하는 연습으로도 여겨진다. 때문에 훈련 규모 축소 여부는 군사적 의미를 넘어 동맹의 결속력과 대북 억제력에 대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대북 접근 방식이 다시 부각된 사례로 보고 있다. 북한을 압박하기보다는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를 먼저 제시함으로써 대화 재개 여건을 만들고 협상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자신의 대표적 외교 성과로 평가받는 북미 정상외교를 재조명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합훈련 축소가 한미 군사 대비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훈련은 단순한 상징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유사시 양국 군이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실질적 숙달 과정이라는 점에서다.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경우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대응 숙련도가 저하될 수 있으며, 북한이 이를 한미 공조 약화의 신호로 판단할 경우 역내 안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와 국방 당국은 미국 측 발표의 구체적인 내용과 배경을 파악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미 간 안보 채널을 통해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의 규모와 운영 방식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북미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한미동맹의 새로운 시험대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북아 안보 지형이 변화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북한의 향후 반응 또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