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2.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영·호남을 잇따라 방문하고 3·1절 기념사에서 첫 민주정부를 '김대중(DJ)정부'라고 정의하자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속내는 사뭇 다르다.
표면적으로는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여당 후보를 돕는 듯한 행보'에 대한 강한 반감이지만, 내심 더 강한 '메시지'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3일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고리로 문 대통령의 최근 일주일간의 행보를 비판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비판하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는 지난달 24일(대선 D-13) 전북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하면서 시작했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한 같은 달 15일 이후 문 대통령의 첫 외부 현장 일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협약식에서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으로 전북지역과 군산 경제가 살아날 것이고 일자리가 회복되며 협력업체, 기자재업체도 다시 문을 열게 될 것"이라며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가 함께 했다는 사실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흘 후인 같은 달 28일(대선 D-9)에는 육군3사관학교 졸업·임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영천을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3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한 것은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구·경북(TK) 지지층 결집을 위해 경북 포항과 경주, 대구, 구미, 안동 순회 유세에 나섰으며, 김부겸 국무총리는 제62주년 2·28 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를 방문했다.

아울러 하루 뒤인 3·1절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방탄소년단(BTS)으로 인한 K-팝 열풍, 영화 '기생충'의 칸·아카데미 석권,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한국 드라마의 흥행 등을 거론하면서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문화를 개방했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이는 1987년 개헌 이후 직선제로 들어선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를 모두 부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2일)에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개교 축하 영상인사에서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시대를 열기 위해 나주를 혁신도시로 지정하고 한국전력공사를 이전시켰다"며 "한국에너지공대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일관된 국정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각 행보에 맞춰 '타깃' 논평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김 총리뿐만 아니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 선거 주무부처 장관이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문제 삼으며 '관권선거'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대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직접적인 행보에 나서자 '선거개입'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만세" 서울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3.1/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허은아 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호남 방문은 들썩이는 호남 여론을 달래고 다시 한번 텃밭을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황규환 선대본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첫 민주정부는 DJ 정부' 발언에 "믿기 힘든 매우 부적절한 인식이며 선거 개입 의도마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상 지지율을 근거로 국민의힘의 이같은 인식이 나름 수긍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보수당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호남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마다 다르나 최소 10% 중반, 최대 30%초반까지 나타난다.

그간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호남 최다 득표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약 10%(광주·전북·전남)이다. 이준석 당 대표는 호남 득표율을 30%로 상향조정했는데, 현재 여론조사상 추이라면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TK 지지율은 20% 초·중반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얻은 TK 득표율인 약 21%와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문 대통령의 지역 행보와 메시지를 이 후보의 영·호남 지지층 결집 의도로 해석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선거 전 열흘을 전후에 영·호남 방문과 3·1절에 낸 메시지를 보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윤 후보에게 열세인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역으로 해석하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정치개혁안을 내세우고 반윤(反윤석열) 연대에 나서며 전력을 다함에도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녹록지 않다는 점을 문 대통령의 행보가 방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달 윤 후보의 '취임 후 적폐수사' 발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낸 것을 비롯해 '탈(脫)원전 말바꾸기' 사안 등이 근래의 행보들과 맞물리며 보수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의 선택을 확실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말 저조한 지지율로 문 대통령과 같은 행보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며 "문 대통령의 40%에 이르는 임기 말 높은 지지율은 이같은 행보를 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나 반대로 생각하면 계속해서 나타나는 50~60%의 반대 민심을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가 50~60%의 부정층을 오히려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비판은 하지만 솔직히 나쁠 것이 어디 있겠나.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한 문 대통령 입장이 나올 때, 중도층들은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며 "대선이란 큰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를 거리낌 없이 한다면 현명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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