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한재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력'이 시험대 앞에 섰다. 정권교체 바람을 타고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172석 거야(巨野)의 협조 없이는 법안 하나도 처리할 수 없는 '식물 정부'가 불가피해서다. 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1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1개 위원회, 3개 태스크포스(TF), 7개 분과로 잠정 결정했다. 차기 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를 출범하되, 역점 국정과제를 준비·수행할 별도 조직을 병렬 배치하는 구조다.
주목할 곳은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이다. 통합위는 다른 조직과 달리 당선인 직속으로 운영되며, 차기 정부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반 준비를 담당할 전망이다. 통합위는 보수 색채가 옅고 외연이 넓은 여야 인사들을 포진시켜 윤 당선인이 수시로 자문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선 직전까지 '정권교체'를 내세우며 보수층 결집에 공을 들였지만, 당선 이후에는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정국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해 임기 초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0일 오전 당선 인사에서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라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을 통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해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선대위 해단식에서도 "야당과도 긴밀히 협치해야 한다"며 "선거 때는 경쟁했지만 결국 국민 앞에서 누가 더 국민에게 잘할 수 있을지 경쟁해 온 것 아니겠냐"고 했다.
국민의힘도 여소야대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10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야당 때는 우리가 관철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해도 우리의 호소를 알리면 충분했지만, 여당은 성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소수 여당이 갖는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고 했다.
이어 "당장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어떻게 대비하고 방역 정책은 어떻게 할지, 부동산 가격을 정상화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주체적 입장"이라며 "지금까지의 의원 활동과는 달리 비중을 중앙정치활동에 좀 더 많이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망은 녹록지 않다. 야당인 민주당이 당장 6·1 지방선거에서 민심을 되찾으려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아 국정운영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이롭다는 정치적 셈법이 작동할 공산이 크다. 윤 당선인이 역대 최소 표차인 0.73%포인트(24만7077표) 격차로 신승한 점도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윤 당선인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소상공인 손실보상 50조원'은 민주당이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선 시 50조원의 재정 투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또한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대다수의 공약 이행 과정에서는 여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한 축소, 검찰총장에 독립된 예산권 부여를 통한 검찰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대한 입법이 시도될 경우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외에도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탈원전 제동 등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 기조와 배치돼 공약 이행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코로나19 긴급구조 플랜'도 민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통합위를 한시 조직이 아닌 상설 기구로 승격해 대통령 임기 동안 여야 협치에 주력하는 한편, 인수위 내에 인사검증팀을 설치해 야당의 '발목 잡기' 시도를 최대한 차단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통합위는 세대·지역·계층 간에 그동안 이념이나 진영으로 갈라졌던 인위적인 국민 편가르기와 갈등을 종식하고 통합의 길을 제시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며 "통합위의 결과물에 따라 통합위가 인수위 시절에만 한시적으로 머무는 기관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 내에 별도의 인사검증팀을 설치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인수위가 낙점한 인사가 종종 자체 검증 실패로 낙마했던 점을 고려해 사전에 자체 인사 검증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은 전날(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국무위원부터 인수위원에 이르기까지 책임 있는 일원에 대한 검증작업은 필수"라며 "넓게 크게 인재를 고루 발굴하되 실력과 능력을 겸비한 분들로 그리고 성과로써 국민의 민생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분들로 인수위를 구성하겠다라고 하는 게 이번 인선을 대하는 원칙이자 기준"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내 편 챙기는 정실인사나 실력과 관계없는 밀실인사가 국민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룰 위에서 당당하게 경쟁하고 실력과 능력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 그리고 패했다 하더라도 따뜻하게 보듬고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는 게 그게 당선인이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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