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그런데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연초 극초음속미사일을 시작으로 대선 전까지 총 9차례 미사일 발사를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선 하루 전날 국가우주개발국을, 대선 직후 서해위성발사장을 시찰했다. 다양한 종류의 위성을 운용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발사장 확장·개축도 지시했다. 위성을 가장해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빈번하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메시지화했다. 이뿐만 아니라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일부 갱도 복구, 영변 및 강선의 핵물질 시설 가동, 그리고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등의 정황이 동시에 포착되고 있다.
이런 동시다발적 행동은 북한 특유의 전술적 태도 중 하나다. 특정 시기 정세 전환이나 기선 제압 의지를 보여줄 때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쏟아내는 방식이다. 이런 행동을 대선 전후 동시다발적으로 보이는 것은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어떤 정부든 전략무기 우선 개발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 남북관계 역시 당분간 개선 여지가 없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의 발 빠른 정보 공유와 조율,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향후 행보를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미중 전략경쟁 및 갈등 구도, 이 속에서 한미, 한중, 한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반도 정세 관련 새로 출범할 한국 정부의 중요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정책적 공백기의 관리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일정한 구체성을 갖고 얼개를 갖추기까지는 올해 하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공약집에 있는 남북관계, 외교, 국방정책 사이의 상충성을 줄이고 현실성을 확보하는 정책 조율, 대북정책으로의 구체화는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 시기 북한의 전략 및 전술 무기 개발 행보는 빠르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이 예고한 전략무기 개발 5대 핵심과제는 하나하나가 정세 파급력이 큰 무기들이다. 대북정책이 정비되기 전 동시다발적, 연속적으로 무기 실험이 가시화될 때, 여기에 어떤 대응을 할지 준비가 필요하다.


대응 태도에 따라 향후 대북정책의 폭과 선택지에도 영향을 당분간 미칠 수 있다. 향후의 외교적 공간, 남북관계의 성격 설정 등을 염두에 두고 우리 대응의 수위와 파급력을 미리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대응 중 하나는 빠른 시간 내 한미, 한미일 사이에 북한 행동에 대한 공동 대응의 입장을 정교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사전 행동 억제 개념도 있지만, ICBM을 발사할 경우 그 방향과 각도, 탄착점 등이 주변국 안보에 실제로 심각한 우려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미가 북한이 두 차례 발사한 준중거리 미사일을 화성-17형 ICBM으로 확정하고 여기에 공동의 경고를 보낸 것은 그런 의미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북한 핵무기 고도화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책이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통해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이란 이름으로 제2차 핵무기 고도화 계획을 구체화했다. 북한의 중장기 목표는 핵무기의 불가역적 고도화다. 더 이상 비핵화를 일방적으로 요구받지 않고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담판을 짓기 위해서는 일단 힘을 키워 협상력을 갖겠다는 것이다. 2019년 이후 북한은 핵 능력의 향상을 전시하고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 미국과의 제한적인 핵군비통제, 핵군축을 염두에 둔 행보다. 동시다발적, 반복적, 진화적 방식으로 무기를 공개하는 과정을 통해 미국에게 자신의 핵능력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는 향후 4년 한국 정부를 괴롭힐 중요 사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연합태세와 확장억제력 강화, 한국형 3축체계 및 미사일 대응능력 강화, 정보 감시정찰 능력 강화 등 군사적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은 지금껏 추진해 왔듯이 착실히 갖춰가면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북핵 고도화를 막긴 어렵다. 그것이 북핵 30년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북한은 최근 한국의 국방 중장기 계획에 따른 무기 개발 및 전략증강에 맞춰 유사 무기 및 대응 무기를 일부러 공개하고 과시하고 있다. 이미 남북 사이에는 안보딜레마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결국 군사적 대응력뿐만 아니라 외교적 해법이 균형 있게, 정교하게 가동되어야만 한다. 북한은 당분간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며 한국의 반발을 명분 삼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공세적인 대남정책을 펼칠 공산이 크다. 결국 강경한 태도나 억제력 강화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미가 적극적으로 북한을 외교적 대화로 견인할 방법을 동시적으로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기존 남북 합의에 대한 계승과 이행의 과제다. 북한의 동시다발적 현상 변경 행동들은 한국의 새 정부를 초기에 흔들고 이에 대한 대응을 가늠해 보는 측면도 있다. 그 중 하나가 기존에 남북이 합의한 내용에 대한 새 정부의 태도를 가늠하는 일이다. 물론 가늠 이상으로 남측 대응을 명분으로 책임 전가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공세적 태도 전환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 특히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2018년 판문점선언, 평양남북공동선언. 9·19 남북군사합의 등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북한은 이를 명분으로 공세적 대남 태도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이 두 합의문은 그 이행의 수준을 따지기 전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담겨 있고 싱가포르 북미정상 합의와 연결되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한다.

한국이 공개적으로 먼저 기존 남북 합의 파기 의사를 보일 경우, 북한은 자신이 선제적으로 했던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 약속을 파기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이 모라토리엄 약속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자신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했던 선제적 조치란 점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한국이 재고하거나 파기할 경우 북한은 이를 빌미로 모라토리엄 역시 파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9·19 남북군사합의 역시 남북이 어떻든 이행하고 있는 사항이란 점에서 이를 파기할 경우, 서해는 물론 지상 군사분계선 상에서 우발적 충돌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 있다. 여기에 대한 불안감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기존 남북 합의에 대한 태도는 전략적·전술적으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향후 새로운 정부는 북한의 전략적·전술적 태도를 다차원, 다중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위 이중화된 목표에 대한 이해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북한은 향후 공세적 전략무기 개발 이후, 정세 전환의 시점을 2024년 말 미 대통령선거 전후로 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이 완성 시점은 2025년이다. 미국의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해다. 북한은 바이든 정부보다는 차기 미국 정부를 상대한 협상력을 염두에 두고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바이든 정부의 대북 집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자신들의 핵무기를 되돌이키기 힘든 불가역적인 단계로 끌어놀리는 시간을 우선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종용당하지 않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제한적인 핵군축 차원에서 북미가 대등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이 최상위 목표 시간선 아래로 최대한 한국 정부의 전력 증강과 강경한 태도를 자극하고 그것을 명분으로 활용하는 행동 목표, 자신들의 핵무기 고도화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할 수 없는 미국의 곤란함을 자극하여 협상 문턱을 낮추도록 하는 목표, 핵무기 고도화를 국내 통치의 성과로 과시하는 목표 등이 하위 목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위목표와 하위목표 운용을 위한 대외적 대응 논리가 바로 '이중기준', '대북적대시정책', '자위권적 행동' 등이다. 매번 미사일 발사에 반발하는 한미, 한국의 전력 증강 계획, 한미연합훈련에 의도적으로 맞춘 무기 실험, 한미의 경고 및 반발, 이중기준 및 자위권 차원이라는 북한의 반론, 다시 무기 실험, 반발, 자위권 주장…. 이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불편한 진실이지만, 우린 향후 더 고도화되고 다종화된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과 인접하여 살아가야 한다. 이에 대응한 확장억제력 및 군사력 강화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이것을 풀기 위한 전략적 구상이 필요하다. 정교한 외교적 해법, 정교한 비핵화 로드맵, 국제적 협력체계 등이다. 그런데 이 전략과 해법은 미중 전략경쟁, 미국의 대중국 포위압박전략, 미러 갈등, 다극화돼 가는 국제질서, 동북아 군비경쟁 등 매우 복잡한 정치군사적 변화 지형을 고려하며 섬세하게 구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표면화된 북한의 행동만으로 단선적으로 대응하는 논리가 아니라 매우 다중적이고 다층화된 목표선에 맞는 대응논리가 입체적으로 구상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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