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금융위원회의 금융산업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감독정책 기능을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를 금융부로 격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은 행정부를 기능 중심으로 슬림하게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유력시된다.
금융위, 쪼개지나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에, 금융감독 정책을 금융감독원으로 옮기는 방안은 사실상 금융위의 해체를 의미한다. 이는 이미 대통령 선거 전부터 예고돼왔다. 2008년 출범한 금융위가 정책 기능과 감독 권한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실질적으로 금융감독을 정부 정책의 하위 수단으로 종속시키는 등 감독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2008년 키코 사태부터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2013년 동양그룹 사태, 2019년 각종 사모펀드 사태까지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현 금융감독체계가 감독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금융정책 기능도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을 분리해 각각 금융위와 기재부가 맡는 것은 금융정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려 정책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에 금융을 연구하는 학자 15명으로 구성된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모임(금개모)은 지난달 출범해 “차기 정부를 향해 금융감독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대식 한양대 교수·이인실 서강대 교수·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은 금개모의 성명에는 금융분야 학자와 전문가 321명이 서명했는데 여기에 정운찬 전 총리와 윤석헌 전 금감원장 등도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선 금융위 해체를 골자로 한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윤 당선인의 경제·금융 공약을 맡았던 국회운영위원회·국방위원회 소속 성일종(국민의힘·충남 서산시태안군)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금융위원회를 폐지하고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에 관한 사무를 기재부로 이관함으로써 기재부가 금융정책의 수립·총괄·조정에 관한 사무를 통합적으로 수행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성 의원은 같은날 ‘금융감독원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금융위가 수행하는 금융감독 기능을 금감원에 이관하고 금감원 안에 금융감독 및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금융감독위원회를 두자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겼다.
금감원 권한도 축소되나
금감원에 대한 국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금감원의 권한을 분산하자는 취지의 법안도 발의됐다.윤석열 캠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았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국민의힘·비례대표) 의원은 금융사와 임직원 징계처분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금융위 정례회의에 금감원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이해상충으로 보고 이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금감원에 대한 국회의 포괄적 감독권 도입, 부당한 처분 수정 요구 절차 마련과 함께 인력과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보완해 금감원에 대한 국회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우에 따라 국회가 대통령에게 금감원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안도 포함됐다. 즉 금감원 통제에 중점을 둔 개정안이다.
윤 의원은 금감원이 내린 금융사와 임직원에 대한 징계와 제재처분이 법원의 판결로 번복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금융분쟁 민원의 접수와 조정이 금감원에 집중돼 처리시간이 법적시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등 금감원 조직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에선 금융위를 금융부로 격상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다음달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유력시 되는 만큼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새정부 출범으로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생각에 직원들 사이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위기 대응의 골든타임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새 정부의 어깨도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 금융지원,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금융제재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위가 발빠른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체계 개편에 따라 자칫 현안 이슈를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혼선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정부들도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엔 흐지부지된 전례도 있어 이번에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이 낸 20대 대선 정책공약집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공약도 빠져 있다. 금융위는 “소위 정책과 감독의 분리는 개념적·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금융정책-금융감독을 인위적·임의적으로 구분할 경우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간 책임회피 등 금융행정의 책임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국회에 밝힌 상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위는 이명박 정부 때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가 합쳐져 만들어졌는데 사실상 역할이 모호해지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중요한 정책이나 어떤 정책의 실패 요인을 서로 떠넘기기식으로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지난해 정부업무 평가에서 금융위가 가장 낮은 C등급을 받는 등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점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동거체제는 종료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