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독일 의회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유럽에 세운 새로운 장벽을 허무는 걸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는 베를린 장벽이 아니라, 자유와 구속 사이 중앙 유럽의 장벽이며 이 장벽은 폭탄이 터질 때마다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향해 "친애하는 스콜, 이 장벽을 허물어 주세요"라고도 말했다. 이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에게 호소한 모습을 연상시켰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홀로코스트를 연상하는 언급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년 정치인들은 '다신 안 된다'고 말하지만 이제 나는 이런 말들이 쓸모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유럽에서 지금 한 (국가의) 국민이 파괴되고, 러시아의 공격 개시 이후 이제껏 108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연설에서 독일 의회 의원들을 숨죽이게 만든 건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우려해 대러 제재 동참을 한참 망설였던 데 대한 질책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들에게 의지했고, 노르트스트림(독-러 가스관)은 일종의 전쟁 준비라고도 말했었다"면서 "그런데 우리가 받은 답변은 그저 경제였다. 경제, 경제 또 경제. 그건 그냥 새 장벽의 박격포였다"고 말했다.
독일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발발하자 에너지, 경제, 안보 정책의 핵심 원칙을 전면 개편했다.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보류하고,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했으며,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도 결정했다. 국방비도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다만 대러 에너지 의존도가 워낙 높은 터라, 여전히 미국과 영국의 대러 원유·가스 금수 조치에는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에너지 수입원을 다각화하겠다고 다짐하고만 있을 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이 전쟁을 막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이 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직설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독일 의회 의원들은 15분간의 연설이 끝난 뒤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AFP는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미국 의회 연설에서도 '진주만 공습'과 '9·11 테러'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매일 일어나고 있다며 역사적 공감을 이끌어 내는 호소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 밖에 영국과 캐나다 등 여러 나라 의회에서 화상 연설이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