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2022.3.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조소영 기자,박혜연 기자 = 청와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침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한 것은 안보공백 위기 우려와 여론 악화에 따른 책임 부담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전날(20일)에 이어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NSC 회의 개최 여부에 대해 "(집무실 이전은) 우리 정부 안건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은 함구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문 대통령 역시 취임 초기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을 추진했던 만큼 원칙적으로는 윤 당선인의 의지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수석은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 나와 "현 정부가 '광화문 시대' 공약을 지키지 못한 가운데 '국민 곁으로'라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잘 지켜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안보공백 우려를 나타내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박 수석은 브리핑에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더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리"라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우려하는 구체적인 안보공백 위기 시기는 김일성 생일 110주년 태양절(4월15일)과 한미연합훈련 시행 등이 예정된 4월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상 정부 교체기에 안보가 가장 취약한 것이 역대의 대체적인 상황들이었다"며 "4월달, 이 시기가 한반도의 안보에서 가장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집무실 이전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윤 당선인 측이 기대했던 예비비의 국무회의 상정도 물 건너 간 모양새다. 윤 당선인 측은 오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지출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국방부 이전 작업을 즉각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다만 청와대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며 약간의 여지를 남겨 둔 상태지만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로서는 안보 공백 우려와 함께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청원이 나흘 만에 34만여명 동의를 기록해 정부 답변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윤 당선인 측 계획대로라면 문 대통령 퇴임 전 이전 작업이 진행되는 만큼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안보 위기에 대한 책임은 문재인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 고려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이날 청와대의 발표로 지난 16일 개최하려다 연기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만나 회동 관련 실무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안보 문제는 모범적 정권 인수인계를 잘하는 가운데 분명하게, 세밀하게 검토돼야 할 문제"라며 "이 문제는 전체의 흐름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