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안내문 모습/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 “중·저신용자 모십니다” 카뱅·케뱅·토뱅, 다급해진 이유는

② 리스크 줄이려는 빅뱅크… 尹 “LTV 80%”에 고개드는 부실 우려

③ 인뱅·규제에 고민 깊어진 저축은행… 저신용자 대출 ‘적신호’?


저축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가계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된 데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앞세워 대출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경쟁을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도 없고 내주는 돈을 줄이자니 취약 차주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는 ‘대출 딜레마’에 직면했다.

‘절반으로 뚝’ 대출규제 더 강해졌다

올해 저축은행의 대출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게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회사별 10.8~14.8% 수준으로 지난해 증가율 목표치인 21.1%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해선 일종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아직 별다른 후속 조치는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출규제 강화로 중·저신용자의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보다 내줄 수 있는 돈이 줄면 수익성,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저축은행이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초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을지라도 연말이 되면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 문턱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SBI저축은행의 ‘직장인 대출’ 금액 중 신용점수 600점 미만 저신용자 비율은 0.31%로 전년(1.33%)과 비교해 1.02%포인트 줄었다. OK저축은행의 ‘마이너스OK론’도 저신용자 비율이 2020년 3.1%에서 지난해 0.99%로 급감했다. 올해는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하향 조정돼 대출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저신용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대출 총량규제가 강화돼 적극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게 어려워졌다”면서 “현재로서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중금리대출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규제 완화 조치를 기대하는 게 최선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역할에 맞춰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강화된 규제 준수, 리스크·수입 등까지 고려해야 해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인뱅 위협 속 ‘중금리 강자’는 옛말?

내줄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서 저축은행이 오랜 강자로 꼽혀온 중금리대출 시장에서의 입지도 불안해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취약차주 비중이 큰 데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주로 다뤄 중금리대출 시장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속속 대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지난해 보다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높이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말까지 42%,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는 각각 2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고객 몰이를 위한 이벤트, 서비스도 한창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중·저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첫 달 이자 지원 이벤트’를 진행, 케이뱅크는 지난달 새로운 CSS(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중·저신용자 맞춤형 평가모형을 구축했다. 토스뱅크는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 TSS를 통해 출범 5개월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지난 5개월 간 토스뱅크를 통해 대출을 실행한 중·저신용 고객의 평균 금리는 7.7%로 저축은행 평균금리(13.3%) 대비 약 5.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2023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 유치전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저축은행과 은행권 등이 중금리대출의 기준과 이에 따른 주요 고객군 등이 달라 일률적으로 경쟁력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업권별 민간 중금리대출은 금리상한으로 ▲은행 6.5% ▲상호금융 8.5% ▲카드 11% ▲캐피탈 14% ▲저축은행 16% 등이 적용된다. 금리 차이에 따라 고객군의 신용등급도 천차만별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주로 1금융권에서 원하는 금액을 채우지 못한 고객들이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중·저신용자들이 많아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 고객군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며 “다만 인터넷은행이 CSS(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등에 나서며 공격적으로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어 저축은행들 역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달 초 새로운 CSS(신용평가모형)를 탑재했다. 특히 그레이존(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부분)의 고객 평가 시 변별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서민금융 공급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평가시스템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