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이달 말 한국은행을 떠나는 이주열 총재가 지난 8년 동안 통화신용정책을 이끌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 위기 대응, 통화정책 정상화를 꼽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오후 출입기자단 송별간담회에서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2014년 4월부터 한국은행을 이끈 그는 이달 말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매파(통화긴축 선호)'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도 아닌 '중도파'로 통했던 

이주열 총재는 지난 임기 동안 9차례의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그는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후에 내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우리 경제의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늘 고민했고 최선의 정책을 결정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일문일답.

-8년 동안 총재로서 재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보람 있었는지. 또 한국은행 최장수 총재로서 한은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총재로서 80차례에 가까운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주재했는데, 정말 어느 것 하나 쉬웠거나 중요하지 않았던 그런 회의는 없다. 통화 정책은 파급 시차 때문에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태생적인 어려움이 있다.

국내외 환경과 비경제적 요인 등도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상시화됐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불확실성 하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코로나19가 터졌을 때의 위기 대응 그리고 그 이후에 한은이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던 과정이다.



조직이 계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하지만 어느 조직이든 발전의 핵심 동력은 인적 자원의 역량 그리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구성원, 개인의 능력 역량이 가장 핵심적인 성장 발전 동력이다.

-8년간 총재를 지내면서 금리를 올린 횟수보다 내린 횟수가 더 많다. 이를 두고 비둘기파라는 시각과 매파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경기의 흐름, 경기 변동, 물가의 흐름, 금융 불균형 위험 등을 보고 경기 변동과 금융 위험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게 기본이다. 여기에 맞춰서 금리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하는 거지 처음부터 누구는 비둘기파, 매파로 규정할 수는 없다. 상황에 맞게 금리 정책을 운영한 결과를 갖고 사후적으로 비둘기파 혹은 매파로 구분하곤 한다. 총재로 지내며 금리를 내린 횟수가 많았고 그 결과 기준금리 수준이 취임할 당시 수준보다 아래에 있다는 건 재임하는 동안 경기 상황이 어려웠다고 하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청와대가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을 차기 총재로 지명했다. 다만 4월14일 금통위까지 총재 공백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

▶차기의 통화정책 결정회의(4월14일)까지 20여일이 남았다. 과거 두 번에 걸쳐서 청문회를 거친 점을 보면 다음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까지 취임이 가능하다고 본다. 만약 부득이하게 일시적으로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통화 정책은 차질 없이 수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총재 공백이 생겼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통화 정책의 차질이 발생한다고 보는 건 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 발표된 후임 총재 지명자는 학식과 정책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워낙 출중한 인물이다. 그래서 따로 조언을 해줄 부분도 없을 것으로 본다.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더 과격한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 기조 전환에 대응해 우리의 기준금리는 언제, 몇 번, 또 얼마나 오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나.

▶미국의 통화 정책은 그 자체가 글로벌경기나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인상 속도 또 파급 영향을 면밀하게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통화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1차적으로 자국의 국내 경제금융 상황을 고려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한은도 우리의 경제금융 사정을 1차적으로 고려해 왔다. 때문에 미 연준의 결정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수준, 인상 횟수가 곧바로 한은 통화 정책 운용과 직접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우리 국내 상황을 보면 경기 회복세에 있고 물가 압력이 조금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금융불균형 위험은 여전히 줄여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통화 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또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조절해 나갈지는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금융 경제 상황을 잘 고려해서 이렇게 결정할 사안이라고 본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시사에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출 규제의 완화, 재정 지출 확대 등을 강조해 우리는 긴축 기조를 강하게 끌고 나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정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서로 엇박자 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의 정책조합이라고 하는 건 당시 정책 상황이 어떠냐에 달려 있다. 지난해부터 경기가 회복되고 또 무엇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날로 높아지는 소위 거시경제 상황이 정기화 됐다. 반면에 취약 부문의 어려움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통화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거시경제 여건에 맞춰서 전반적인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는 것이 맞고, 재정금융 정책은 취약 부문에 대한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렇게 운영했다.

이제 출범하게 될 새로운 정부도 구체적으로 이제 어떤 정책 방향을 밝히겠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 계층 지원을 위한 재정금융지원 확대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금통위 이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데 물가 상향 조정 및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여지가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 2월 전망 때 올해 경제 성장률을 3%, 소비자 물가 상승률 3.1%로 예상했다. 당시 러시아의 침공이 없을 것이란 가정 하에 성장과 물가 전망치를 제시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예상했던 상황보다 악화된 건 사실이다. 이미 유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또 국내 수출 기업의 애로사항이 나타나고 있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 어느정도의 영향을 줄지 더 짚어보고 판단할 일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태로 국내 물가에는 꽤 상승 압력을 가져다 줄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법에 고용 안정 책무를 추구하자는 개정안을 놓고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재 국회가 중심이 돼서 한은법상 설립 목적의 고용 안정을 추구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고용 안정이 목적에 추가될지, 추가될 경우에 어떤 형태로 반영이 될지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없다. 지금 시점에서 독립성 훼손 여부를 판단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 말 한은 노조 설문조사에서 내부 경영과 관련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낮은 임금 상승률과 편중 인사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금 수준과 관련해서 직원들의 불만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공기업, 준정부 기관 예산 운영 지침이 적용되면서 급여 수준이 낮게 측정됐고 이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재임 기간 중에 이를 개선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최근 금리 인상은 선제적 통화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이전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선제적 대응을 놓쳤다는 지적도 있는데.

▶통화 정책에 대한 평가는 조금 시간을 갖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평가는 조금 뒤에 내려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우리 경제의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늘 고민했고 최선의 정책을 결정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송별 기자간담회를 지켜보는 언론과 국민 및 관계자들이 어떤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다면.

▶중앙은행의 존립 기반은 국민들의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신뢰라는 것은 그냥 말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 운용을 통해서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우리 직원들과 후배들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