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연설을 갖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권좌에 계속 남을 수 없다”며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대중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정권 교체를 언급하면서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폴란드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수도 바르샤바 왕궁에서 27분간 대중 연설에서 이번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도중 "제발, 이 남자는 권력을 유지해선 안된다(For God’s sake, this man cannot remain in power)"고 즉흥적으로 발언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미 백악관 측은 푸틴 대통령이 이웃 국가나 지역에 대해 권력 행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지 러시아의 정권교체(레짐 체인지)를 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을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은 이날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서 완전히 버림받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그런 그를 깡패, 도살자, 전범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았지만 이는 해당 발언과는 완전히 별개의 일"이라며 "지금은 즉흥적으로 행동할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일반 대중들과 러시아 크렘린궁 모두에게 미국이 러시아 정권교체에 관심이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층을 향해서도 "이번 만큼은 그의 실책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당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란 주장도 나온다. 마이클 오핸런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해당 발언이 미국 정부가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이는 정부가 전쟁 종식에 대해 생각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만약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푸틴 대통령이 반드시 가야한다'고 말하는 지점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 종식의 유일한 방법은 이 남자(푸틴)과 협상하는 것"이라며 "이 남자가 꼭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그와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 각료회의에 참석해 "유럽 등 비우호국에 대한 가스공급 대금을 루블화로만 결제받겠다"고 밝히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일각에서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발언이 푸틴 대통령을 자극해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공격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디애틀랜틱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푸틴 대통령은 단기간에 수도 함락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무너진 데 대한 굴욕과 분노로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살해할 수 있다"며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더욱 자극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영국 BBC도 바이든 대통령 발언 뒤 백악관이 즉시 해명에 나선 데 대해 미국은 해당 발언이 푸틴 대통령에게 보다 많은 압박을 가해서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현재 군사적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핵보유 국가라고 언급하며, 직접적으로 정권 교체를 촉구하는 것은 불안정과 예측불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WP 역시 해당 발언이 단기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외교 협상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으로 휴전 협상을 타결해 전쟁을 끝내고 러시아의 확대를 막는 것"이라며 "러시아 정권교체 요구는 이러한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스 회장은 "아무리 바람직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우리 능력 밖의 추가 위험을 일으킨다"며 "이는 푸틴 대통령에게 마지막 전투라는 인식을 강화해 그가 협상을 거부하거나 전쟁을 확대하거나 둘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이번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의 진정한 믿음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미 정부는 즉시 러시아 측과 접촉해 이는 미국 정책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적극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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