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29일 진행된 법무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검찰 개혁에 대한 확연한 입장 차이가 다시 드러났다.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예산 독립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공약 사항에 대해 강한 추진 의지를 밝히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법무부 역시 '찬성' 대신 법 개정시 적극 협조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법 개정은 법무부가 아닌 국회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공약 이행에 필요한 관련 법 개정을 놓고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책임수사제와 같은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에 초점이 맞춰졌다. 법무부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과는 달리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협력할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평행선 달린 수사지휘권 폐지 = 박 장관은 그간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꾸준히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지난 23일 약식 기자간담회에서도 박 장관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책임 행정의 원리에 입각해 있는 것으로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인수위는 수사지휘권이 검찰통제로 사용돼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고, 이에 법무부는 이런 논란이 발생한 부분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용호 인수위원은 현 정부에서 행사됐던 수사지휘권을 언급하며 "그런게 결국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해서 이런 논의가 빚어진 게 아닌가 싶다"며 "당선인은 정치적인 장관을 통해 검찰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강한 선언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지휘권 폐지는 국제적 추세고, 새로운 장관이 취임 후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앞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자체 훈령을 통해 안한다고 하는 등의 훈령개정을 통해 하는 방법도 있는데 윤 당선인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공감을 표현한 것이 수사지휘권 폐지에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찬성이냐 반대냐 같은 명확한 입장 대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령 개정이 추진된다면 이 과정에서 협조하겠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지휘권은 검찰 폭주를 제어하는 마지막 견제장치고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윤 당선인의 공약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5일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즉각 소집해 검찰제도 개악 음모를 파헤쳐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검경 책임수사제 확립 '공감대' = 검찰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검경 책임수사제 확립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 장관이 평소 밝혀왔던 입장과는 정반대 의견을 제출한 셈이다. 법무부는 각종 핑퐁식 사건 처리, 수사 지연, 각종 이첩으로 인한 책임회피와 부실수사 등의 논란에 대해 공감하며 관련 규정을 수정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박 장관이 책임수사제 문제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미 업무보고가 한 차례 미뤄진 상황에서 양보할 카드로 책임수사제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만찬 회동으로 갈등이 봉합되는 국면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 형사사건 공개금지 '수술' 예고 = 피의자의 혐의사실이나 수사상황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못하게 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관련한 규정은 보다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훈령인 이 규정은 지난 2019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가 진행되던 시점에 규정이 마련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피고인들 공소장 비공개 근거로 이 규정을 언급한 바 있다.
이용호 위원은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부분인데 지금까지 이것이 선별적,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했고, 법무부는 이에 폐지를 포함해 개정까지를 두고 적극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 검찰 예산 독립, 규정 개정 vs 법 개정 = 검찰의 독자적 예산권 부여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인수위는 국가재정법, 정부조직법 등에 근거할 때 검찰은 중앙행정기관이고, 따라서 대통령령인 직제규정을 변경하면 검찰에 독자적 예산권 부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반면 법무부는 법령 개정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인수위의 설명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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