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여러 나라 의회에서 화상 연설로 도움을 호소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1일 네덜란드와 호주 의회에서 각각 실시된 연설을 통해 더 강력한 대(對) 러시아 제재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하원에서 무기와 재건 지원을 호소하고, 러시아와의 모든 사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유럽 내에서 이 같은 전쟁을 또 추구할 수 없도록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러시아와의 모든 교역을 끊어 달라"고 말했다.
특히 대러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네덜란드의 특성을 겨냥했다. 네덜란드는 천연가스 약 20%를 러시아에서 조달하는 탓에 최근 몇 년 사이 중요한 교역 파트너로 거듭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네덜란드는 러시아 에너지를 끊을 준비를 해야 한다"며 "그래야 네덜란드가 이 전쟁에 지불하고 있는 수십 억 달러를 끊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러시아의 전쟁범죄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점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폭격과 포격을) 명령한 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정의 도시 헤이그 사람들도 이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하원에서 해외 정상이 연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덜란드는 대러 에너지 제재에는 동참하지 못했지만, 군사 장비와 대전차로켓, 패트리엇 방공시스템 등의 방어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왔으며, 동유럽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병력 증강에도 기여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네덜란드 의회보다 조금 앞서 열린 호주 하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멈추지 않을 경우 세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더 강한 제재를 요청했다.
호주와의 지리적 거리를 감안, "호주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거리는 멀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인의 잔혹함에는 거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전후 흑해 항구와 도시 개발, 해군 부문 재건 계획을 설명하며 "우크라이나 복원에 투자해 달라"고도 촉구했다.
호주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인도적 지원을 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호주는 러시아에 알루미늄 광석 수출 금지를 발표했는데, 호주 정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국 알루미늄 수요의 거의 20%를 호주에 의존해왔다.
아울러 호주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러시아 재무부를 포함, 러시아 개인 및 기관 500여 곳을 제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미국과 영국, 캐나다, 독일, 이스라엘 등 여러 의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해왔다.
미국에서는 '진주만 공습'과 '9·11 테러'가 지금 우크라이나에 매일 일어나고 있다며 역사적 공감을 이끌어 내고, 독일에서는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감안한 뒤늦은 제재 동참을 비판한 '촌철살인' 연설로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만간 우리 국회에서도 화상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 차원보다는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으로, 장소도 본회의장이 아닌 외통위 회의실 등을 이용하고 의원 자율 참석으로 진행하는 안이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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