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주식과 암호화폐 등 '빚투'(빚내서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들이 빚 상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 1월부터 은행에서 2억원 이상 빌린 사람을 대상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가 적용되면서 대출을 받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으로 전월말대비 0.39%(2조7436억원) 줄었다. 전월말과 비교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3개월 연속이다.
가계대출 감소액은 1월 1조3634억원, 2월 1조7522억원으로 1조원대를 지속하다 3월 2조7436억원으로 2조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가계대출이 올들어 3개월만에 총 5조8592억원 줄어든 것이다.
올 2월 감소세를 보였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3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5대 은행의 3월말 주담대 잔액은 506조7174억원으로 전월말대비 0.01%(65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 올 1~3월 6.16조 감소
3월 가계대출 감소세를 이끈 것은 신용대출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신용대출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 3월말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3996억원으로 전월말대비 1.81%(2조4579억원) 감소했다.신용대출 감소폭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1조5766억원, 올 1월 2조5151억원, 2월 1조1846억원, 3월 2조457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신용대출 감소액만 6조1576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반면 전세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3월말 전세대출 잔액은 131조3349억원으로 전월말대비 0.3%(3938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3개월 연속 감소한 배경은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데에는 대출금리 상승과 DSR 규제 영향으로 분석된다.올 1월부터 2억원 이상 대출을 받은 차주를 대상으로 DSR 규제가 적용됐다. DSR 규제는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대출자가 1년동안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지 못한다. DSR 규제 대상은 올 1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부터 적용됐으며 올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한 대출자로 확대된다.
여기에 채권 금리 상승이 대출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자부담이 커진 점도 가계대출 규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가계대출 감소세를 이끌었던 신용대출 금리는 5%대를 지속하고 있다. 예금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금리는 5.33%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4년 8월(5.38%) 이후 7년6개월만에 최고치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2020년 8월 2.86%까지 떨어졌다가 2021년 9월(4.15%) 4%를 돌파했다. 이어 2개월만인 지난해 11월(5.16%) 5%대로 치솟았다. 이어 올 1월과 2월 각각 5.28%, 5.33%로 5%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5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이어지면서 채권 금리는 치솟았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등급·무보증) 1년물 금리는 지난해말 1.731%에서 지난 3월말 2.207%로 3개월만에 0.476%포인트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고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들이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상환하면서 가계대출이 크게 꺾였다"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