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논의 중인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 마감했다.
5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80.70포인트(0.80%) 하락한 3만4641.18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7.52포인트(1.26%) 내린 4525.1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28.39포인트(2.26%) 급락한 1만4204.17로 장을 마감했다.
오는 6일 발표되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앞두고 연준 의원들의 강경 발언이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우선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이날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것이 연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이르면 다음달에 빠른 속도로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해 체계적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를 합친 영향으로 올해 안에 연준의 정책이 보다 중립적인 위치로 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연말 기준금리가 2%를 초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에 10년물 국채금리와 30년물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추가 제재를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러시아 석탄 수입 금지를 포함한 5차 제재안을 공개했다. 새 제재안에는 EU가 러시아로부터 연간 40억 유로(약 5조3200억원) 규모의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제재는 EU의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첫 번째 제재로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EU 회원국은 오는 6일쯤 이번 5차 제재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도 이번 주중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발표를 예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어떤 형태의 제재를 가할지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조율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더 압박하는 조치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맞물리며 기술주가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 넘게 빠지면서 약세를 주도했다.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은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비관론이 퍼지면서 5.43% 하락했다. 퀄컴은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로 시장예상치를 하회하는 11.7달러를 제시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노동자 조합 설립 투표가 가결 됐다는 소식에 2.55% 하락했다. 아마존 노동자 조합은 풀필먼트 노동자의 시급을 기존 18달러에서 30달러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추가적인 노동자 조합원 증가에 따른 운영 비용 상승이 예상되면서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핀테크기업 어펌 홀딩스는 향후 잠재 성장력에 대한 비관론이 나오면서 8.09% 급락했다. 미국의 시장분석기업 모펫네이던슨은 어펌홀딩스의 비즈니스는 금리 상승에 따라 성장세가 둔화 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50달러로 제시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일본 미즈호 그룹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영향으로 7.56% 하락했다. 미즈호그룹은 코인베이스가 올해 말 출시 예정인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에 대한 비용 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이사회 멤버로 선임하겠다고 밝히면서 2.02% 올랐다. 머스크는 전날 트위터의 지분을 9.2%를 취득해 트위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장 초반부터 지속된 약세 흐름 이어가면 3대 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다"며 "무엇보다 전일 강세를 보였던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하루 만에 반락하며 하락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오늘 시장 조정폭을 키운 요인으로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강경 발언과 러시아 추가 제재로 볼 수 있다"며 "3월 중순 이후부터 이어진 랠리를 두고 '베어마켓랠리' 또는 '데드캣바운스'로 부르는 투자자들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안한 대외여건 속에서 모멘텀까지 부재하며 부진한 시장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 이슈들이 없기 때문"이라며 "올해 증시는 지속적인 변동성에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위기에 강한 초우량주'와 '높은 생산성, 높은 현금창출력, 높은 가격결정력'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혁신하며 성장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