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총재 없는 한은의 선택… 기준금리, 미국에 역전되나
② 인플레이션 우려 속 尹 ‘대출규제 완화’ 압박… 이창용의 과제
③ 주담대 6% 넘었는데 LTV 더 푼다고?… 곧 8% 간다
“데이터(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어떤 경우엔 매파(통화긴축 선호), 어떤 경우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될 것 같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명되면서 시장은 그의 통화정책 성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 만큼 이 후보자 역시 가계부채 급증과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올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투입, 대출규제 완화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천재 경제학자’… 이창용 그는 누구?
이창용 후보자는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의 퇴임 다음날인 지난 4월 1일부터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인사청문회 TF(태스크포스) 사무실로 출근하며 오는 19일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1960년생인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9세이던 지난 1989년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조교수로 임명되면서 일찍이 이름을 날린 ‘천재 경제학자’다. 2004년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았고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앞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정치색이 있는 인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2011년부터 3년 동안 ADB(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2014년엔 한국인으론 최초로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에 임명됐다.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IMF에서 총재와 부총재에 이은 서열 3위의 직급이다. 그에 대해 이주열 전 한은 총재는 “학식과 정책 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인물”이라며 “별도로 조언을 해줄 부분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이주열 전 총재,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등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이 후보자가 ‘비둘기’와 ‘매파’ 중 어느 성향에 가까운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그는 스스로의 통화정책 성향과 관련, “중앙은행 정책도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과 거시경제를 살펴보면서 정부정책과의 일치성, 일관성도 고려해 협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따라서 매파나 비둘기파로 나누는 것보다 데이터(경제지표) 상황에 따라 정부와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명분 커졌는데… 한은의 복잡한 속사정

이 후보자는 “기준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하도록 이끌겠다”고 밝힌 만큼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를 이을 것이란 예측이다. 여기에 물가까지 치솟고 있어 금리 인상의 명분도 커진 상태다. 한은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지만 이미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대의 두 배 수준인 4.1%로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고조돼 물가상승률이 더욱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1년 새 31.2% 오르며 전체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에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인상의 명분과 압박 모두 커진 상태다.
관건은 금리 인상 속도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의 공약과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실시될 경우 시중에 유동성이 투입돼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대출규제 완화 공약을 밝힌 바 있어 한은의 정책과 평행선을 달릴 수 있다.
국내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고 있어 자칫 ‘금리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한은으로선 난감한 부분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4월 1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005%,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2.782%를 각각 기록했다. 장단기 금리차(10년물 금리-3년물 금리)는 0.223%포인트로 2019년 11월 이후 가장 좁혀졌다. 통상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지목된다.
이 같은 우려에 이창용 후보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주는 영향을 살피면서 정부와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물가와 성장이 반대로 갈 때는 성장을 책임지는 정부와 물가를 고려하는 중앙은행 간 긴장관계가 당연하다”며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함께 보면서 조율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이 올 연말 기준금리를 1.75~2.00%에 맞춰 놓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은 역시 연말까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창용 후보자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물가상승과 성장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금리 인상 과정에서 한은이 정부와 조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시대와의대화] "대통령 '내 맘대로 하면 되는 거지'… 그러니 다 실패"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①](https://i.ytimg.com/vi/50WYnbSsBE0/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