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서울의 최대 규모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한 조합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마치 아파트 모델하우스 같은 모습이었다. 사무실 안쪽에는 다양한 대리석이 즐비했고 욕실 장, 샤워부스, 비데 등은 두 개씩 있었다. 왜 두 개였을까. 주방·욕실에 들어가는 가구부터 마감재까지 인테리어 제품을 조합용과 일반분양용으로 구분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 가구와 입주 금액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조합원용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서 조합원과 일반분양 아파트의 인테리어 제품을 차별하는 현상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반분양 가격에서 건축비를 뺀 만큼 조합원의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분양과 임대분양분은 저렴한 자재로 짓고 조합 물건만 고급자재를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분양가상한제도 차별 원인 중 하나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이 나타나면 재건축의 사업성이 떨어진다. 이때 조합은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분담금을 줄일 방법을 찾게 된다. 그중 일반분양의 인테리어 품질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는 일반분양 주택과 조합원 주택 간 차이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반분양 입주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차별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청약 당첨으로 일반분양을 받아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일반분양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는다는 이유로 차별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 B씨는 “차별의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공사의 입장도 난감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조합원에게 인테리어 혜택을 주는 건 맞다”면서 “대체로 냉장고,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을 추가로 넣어주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감재에 일반분양과 차별을 두는 것은 가급적 지양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 관행이 사회적 통념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당 조합은 가구뿐 아니라 마감재, 가전제품까지 조합이 제시한 기준에 걸맞도록 시공사에 요구하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마감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명품 아파트가 되도록 최대한 협조 바란다”고 요구했다. 주방 후드와 상판, 가전, 가구, 화장실 벽, 욕조 등까지 조합용과 일반분양용 기준을 제시했다.

시공사는 공문을 통해 “조합의 마감자재 공고·입찰·심사는 조합 업무가 아닌 시공사 고유의 업무”라며 조합의 요구를 거절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합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마감업체 견적을 받는 등 법률 문제를 야기하고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 등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월권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자재 업체까지 선정하려는 것은 조합의 ‘이권 개입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