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신한은행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기관영업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시 금고지기를 수성했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신한은행을 제1·2금고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금고는 한해 48조원에 이르는 재정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현재 1금고를 신한은행이, 2금고를 우리은행이 관리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신한은행이 서울시 1·2금고를 독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결과를 끌어낸 데에는 진옥동 행장의 높은 디지털 역량이 주효했다. 진 행장은 서울시 1금고 수성을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워왔다. 신한은행 내부에선 2금고까지 쟁취한 점은 놀랍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서울시금고 지정을 위한 심사에서 은행들의 희비는 출연금에서 크게 엇갈렸다. 하지만 올해는 디지털 역량에서 성패가 갈렸다. 100점 만점 가운데 출연금 배점은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줄어든데다 제안서를 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경쟁사 간의 점수 차이도 크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대신 진 행장은 시에 대한 예금금리 부문과 전산시스템 능력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진 행장은 KB국민·우리은행보다 정기예금 예치금리, 공금예금 적용금리 등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해 점수를 땄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서 진 행장은 빠른 금리 인상 속도를 고려해 높은 금리를 적어냈다는 후문이다.

금고업무 관리능력도 25점에서 28점으로 확대돼 평가항목 중 가장 큰 배점을 차지하는 가운데 진 행장은 높은 전산관리 능력을 내세워 경쟁 은행들보다 우위에 섰다.

이는 진 행장이 디지털 전환에 매진해온 결과다. 앞서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시 1금고로 지정된 이후 상암동에 ‘시금고 IDC센터’를 구축하고 시금고 시스템을 은행 시스템에서 완전히 분리했다.

청사 인근에 ‘시금고 통합센터’를 구축해 접근성도 높였다. 특히 서울시 세금납부시스템(ETAX) 홈페이지와 서울시 세금납부앱(STAX)에서 수납 가능한 계좌를 기존 우리은행에서 전 은행으로 확대하고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사를 통한 결제수단도 추가했다.

진 행장은 최근 3년간 서울시1금고를 운영하면서 무인세금납부 도입 등 3000건이 넘는 시스템 개선을 단행했다는 점을 서울시에 내세웠다.

특히 진 행장은 서울시1·2금고를 모두 따내기 위한 용병술도 발휘했다. 진 행장은 지난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기관영업 베테랑으로 꼽히는 박성현 부행장을 지주에서 은행으로 3년만에 불러들였다.

신한은행이 104년동안 서울시금고지기였던 우리은행을 제치고 1금고를 차지했던 2018년 당시, 박 부행장의 역할이 컸다.
진 행장은 국내 디지털 사업을 넘어 해외사업에도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진 행장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 가운데 지난해 해외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10개 해외법인 순이익은 2568억원으로 전년(2341억원)보다 9.7% 급증했다. 지난해 경쟁사인 KB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선데다 우리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2000억원을 밑돌았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해외법인 순이익은 전년대비 25.3%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신한은행이 해외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올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진 행장은 최대 지차체 금고지기라는 명성과 함께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어 3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그의 어깨가 가볍지만은 않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어서다.

진 행장은 올 1월 임원 워크숍에서 사이먼 시넥의 저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나오는 ‘골든서클’을 예로 들며 ‘왜’(Why)를 강조했다. 일하는 방식을 ‘왜’에서 시작하자는 진 행장이 신한은행을 디지털 금융의 선두주자로 끌어올릴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