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공사 입찰 당시 건설업체들이 담합해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후 설계보상비를 받은 것에 대한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2017년 4월 20일 본격적으로 운행이 시작된 부산 1호선 연장 다대구간을 지나는 열차. /사진=뉴시스

부산교통공사 요청으로 조달청이 낸 사업공고에 건설업체들이 담합해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후 설계보상비를 받았다면 담합한 업체들이 부산교통공사에 보상비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부산교통공사가 6개 건설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설계보상비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가 패소했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판결의 피고 측은 대우건설, 한창E&C, 금호산업, 혜도종합토건, SK에코플랜트(당시 SK건설), 삼미건설이다.


앞서 부산교통공사는 2008년 조달청을 통해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구간(다대선) 1·2·4공구에 대한 턴키 방식 건설공사 입찰공고를 냈다. 입찰공고문에는 설계심의를 진행하고 상위 점수 6개사 중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다만 입찰 무효사유가 발생할 시 보상비가 지급된 이후라도 즉시 반환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입찰에는 건설업체 9개 업체가 참여했고 3개 업체가 낙찰사로 결정됐다. 2009년 부산교통공사는 탈락업체들에게 4억~5억원씩 설계보상비를 지급했다. 4년이 지난 뒤 탈락업체들이 미리 합의해 투찰가격에 따라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정위는 2014년 4월 건설업체들의 담합행위가 부당한 공동행위라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부산교통공사 역시 설계보상비를 반환하라며 소송에 들어갔다.


1심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저지른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이며 교통공사가 설계보상비를 지급하게 되면서 손해를 입었다고 판시한 후 6개 업체가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입찰은 부산교통공사가 아니라 조달청이 소속된 대한민국이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교통공사가 입찰 과정에 상당 부분 관여하였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을 뒤집었다. 이는 소송을 낸 주체가 잘못됐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조달 계약에서 수요기관은 계약당사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계약에 따른 수익을 얻는 지위에 있고 조달청은 수수료를 받아 요청받은 계약 업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는 판례를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공사가 담합행위를 알았다면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급한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고 업체들은 공사에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