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29일 저녁 임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614억원의 횡령사건과 관련, 추가 연관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사진=우리은행

614억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의 수장 이원덕 행장이 추가 연관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29일 저녁 임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공적자금의 멍에를 벗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참으로 있어서는 안될 횡령사고가 발견됐다"며 "한 사람의 악한 마음과 이기적인 범죄로 모두가 땀 흘려 쌓아 올린 신뢰가 한순간에 송두리째 흔들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은 "현재 관련 직원의 신병을 확보해 경찰과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당사자는 물론 추가 연관자들이 있다면 그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행장은 "우리는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주고 키워 주어야 하는 은행원"이라며 "고객의 신뢰는 생명과도 같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행장은 임직원에게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나가야 한다"며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다시 일어나자"고 전했다.

자택·본점 압수수색 진행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2일 오후 1시55분부터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으로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횡령 직원인 A씨와 공범으로 지목된 A씨의 동생 B씨의 자택 2곳도 압수수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의 금융계좌도 추적하며 자금 흐름도 분석하고 있다.

앞서 2012년, 2015년, 2018년 세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원을 빼돌린 직원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등에관한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서 일해 온만큼 경찰은 관련 부서 등에서 횡령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압수 중이다.

특히 경찰은 직원 A씨 이외에 다른 내부 직원도 회삿돈 횡령에 가담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A씨가 빼돌린 회삿돈은 과거 우리은행이 매각을 주관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자금의 일부다. 2010년 11월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이 우리은행에 낸 계약금이다. 우리은행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당시 채권단 간사은행으로서 M&A(인수합병)을 주관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이란으로 관련 예치금을 돌려주기 위해 해당 계좌를 열었더니 계약금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횡령 사실을 인지하고 횡령 혐의로 해당 직원을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A씨는 우리은행이 고소한지 4시간만에 자수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씨는 횡령한 자금 일부를 파생상품과 친동생 B씨의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A씨의 횡령금을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 인수자금으로 8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횡령액 614억원 가운데 약 500억원은 A씨가, 100억원 가량은 B씨가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A씨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데 이어 지난 1일 B씨도 공범으로 보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금감원 11번 검사서 뭐했나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614억원(잠정)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 손실예상금액은 현재 미정이라고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횡령 사건과 관련한 수사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A씨의 발견재산 가압류 등을 통해 횡령 금액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손실금액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한편 우리은행의 이번 횡령사건으로 내부 통제는 물론 금융감독원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직원이 회삿돈 614억원을 빼돌렸던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을 상대로 11번에 이르는 종합·부문검사를 단행했지만 횡령 문제를 적발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