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차별없는 노동권! 안전한 일자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선포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삼성·현대차도 勞風에 흔들… 재계 '하투' 먹구름
②尹정부, 친기업 드라이브… 노조 파업 대응기조 바뀔까
③대기업發 임금 인플레, 중소기업과 양극화 확대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노동계의 투쟁을 대하는 기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민간 주도의 성장을 강조하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노동개혁 등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영계는 지난 정부에서 노동계에 치우친 정책으로 인해 노사 힘의 균형이 과도하게 노동계에 치우쳤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해왔다. 특히 노동계의 파업과 점거농성 등에는 엄정대응할 것을 촉구해 왔다. 이에 따라 윤 정부가 노동계의 투쟁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성노조에 메스를 들이댈지 주목된다.

강화된 노조 단결권… 역대급 투쟁 예고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노동계의 단결권이 강화되면서 한층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지난 4월20일부터 본격 발효되면서다. ILO 핵심협약은 노동권 보장과 관련한 국제규범 190개 중 가장 핵심적인 조항 8개를 말한다. ▲결사의 자유(87호, 98호) ▲강제노동금지(29호, 105호) ▲아동노동금지(138호, 182호) ▲균등대우(100호, 111호) 등의 관련 협약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2020년 12월 ILO 핵심협약과 국내법이 상충하지 않도록 해고자나 실업자에 대한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등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노조의 파업은 근로조건과 관련해 사측과 이견을 보이거나 충돌할 경우에만 합법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ILO 핵심 협약 발효를 계기로 노조의 파업은 대부분 합법이 된다.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 정책, 경제, 사회적 이슈로 인한 파업도 합법이다. 노조의 권한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경영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노사관계가 대립적·투쟁적인 상황에서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되면 파업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파업이 선진국보다 많은 편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과 G5국가들의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를 비교하면 ▲한국 38.7일 ▲프랑스 35.6일 ▲영국 18.0일 ▲미국 7.2일 ▲일본 0.2일 등이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193.5배나 높은 셈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한국의 노사협력 순위도 141개국 중 130위로 최하위 수준이며 노동시장 유연성 경쟁력은 141개국 중 97위로 중하위권에 속한다.


경영계는 이를 근거로 노조에 치우친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에 대한 대항권 보장 등 합리적인 노동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동계의 점거농성 등 강경한 투쟁방식에 엄정한 정부의 대처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5월2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한 노동자의 요구를 들으며 양경수 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조태형 기자

정부 엄정대처 방침… 노동계 투쟁 더 세지나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우리 노동법은 과거 노동계가 약자인 시절 만들어졌으나 오히려 힘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며 "산업현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공권력 집행만 제대로 돼도 노사관계 개선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요청했다.

정부도 엄정대처를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월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은 뒤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며 "집회·시위에 대해 선별적 법 집행을 하지 말고 일관되고 엄정하게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정부가 내세운 110대 국정과제에도 노조의 불법파업 등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돼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재계 단체와 핫라인 구축을 약속하고 민간 중심의 성장을 위해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노동계의 투쟁에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노동계의 반발이다. 정부의 대처방식이 강해질수록 노동계의 투쟁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미 윤 정부 내내 강경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24일 열린 '투쟁선포 결의대회'에서 "새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 최저임금 차등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으로 재벌 대기업들과 핫라인을 구축할 것이 아니라 2000만 노동자들과 민생 핫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중단 없이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당장 6월7일부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전면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며 전국택배노조도 매주 월요일마다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 오는 7월에는 수만 명이 집결하는 전국노동자대회도 연다. 이번 전국노동자대회는 투쟁으로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노총도 노동계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에 따라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최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윤 정부의 노동정책은 경총 등 사용자단체의 주장과 결합돼 궤를 같이할 경우 반노동정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변화된 정치 환경을 고려해 올해 운동방향의 재검토와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되 '투쟁'에 무게중심을 두는 전략으로 계획을 수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