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논란에 휩싸인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어부지리로 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맞서 국회의 원 구성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선 임명·후 인사검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을 마지막으로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상임위 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됐지만 양당이 지방선거 이후로 원 구성 협상을 미루며 국회는 현재 공백 상태다. 지난 1일 지방선거가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지만 구성은 더욱 여의치않을 전망이다.
원 구성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이유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양당이 대치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비롯한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양당의 지난해 합의대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7월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후반기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임이었던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와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 간의 합의였다.
하지만 이 합의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6일 "이번에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권 조정) 합의를 파기하는 걸 보면서 과연 (지난해 원 구성) 합의가 의미가 있을까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반기 때 이미 권한이 없어진 원내대표가 후반기(원 구성)까지 결정하고 가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후반기 원 구성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고 국회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과 상임위별 정수 문제도 다시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여야가 대치하며 국회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구성이 미뤄지고 있고 덩달아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 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도 늦어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선 참패로 오히려 법사위원장직을 가져와 정부를 견제하고 입법부·행정부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질 수 있다. 지선 결과에 실망한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원 구성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민주당은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등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 장관의 권한이 강해졌기에 검찰과 한 장관 견제를 위해서라도 법사위원장 자리는 필수라는 입장이다.
복지위를 포함한 전체 상임위가 공백인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려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문제는 특위 구성 권한이 있는 국회의장 자리도 공석이라는 것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청문회 없이 장관을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는 대통령이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한 후 20일 이내에 청문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후 기한 내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기한에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재송부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즉, 재송부 기한을 정해줬지만 기다리지 않고 막바로 임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경우는 재송부 기간을 되도록 짧게 정하고 기한이 지나면 바로 임명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원 구성이 안되어 청문회 없이 장관을 임명한 경우는 없지 않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도 전재희 전 복지부 장관이 원 구성 지연 등의 영향으로 청문회 없이 임명된 전례가 있다. 전 전 장관은 그후 소관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대신해 인사검증을 받았다. 다만 이미 정호영 후보자가 낙마했으며 김 후보자도 논란거리가 많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