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공략한다. 사진은 삼성전자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①"760조 시장 잡아라"… 요동치는 반도체 지형도
②반도체 육성 힘 싣는 이재용… 사면론 탄력
③메모리 삼킨 K-반도체, 비메모리 공략 닻 올렸다
④"기술·인력 보호하라" 반도체업계 비상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낮았던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규모가 크고 확대 가능성도 높다.

시스템반도체에서 힘 못 쓰는 韓 기업… 공략 중요성 커진다

반도체는 크게 정보를 기억하는 메모리반도체와 저장된 데이터를 연산·제어·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로 나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으나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전 세계 D램 시장 매출의 71.3%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43.6%로 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가 27.7%로 뒤를 이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낸드플래시 매출의 절반 이상(각각 35.3%, 18.0%)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반도체에서의 선전과 달리 반도체 시장의 50~6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점유율이 3% 정도에 그친다. 특히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업계 1위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인텔의 추격도 매섭다.

한국 기업들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규모가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앞설뿐더러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의 영향으로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4021억달러(약 500조원)로 메모리반도체 1538억달러(약 190조원)보다 2.5배 이상 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오는 2025년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가 메모리반도체보다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시스템반도체 잡자" 삼성전자, 300조 투자… SK하이닉스는 인수에 초점

시스템반도체 공략을 위해 삼성전자는 투자를 늘리고 SK하이닉스는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반도체공장. /사진=머니투데이

삼성전자는 최근 앞으로 5년 동안 45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중 300조원가량을 반도체 분야에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에 쏠린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일컬어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강화, 5·6세대 이동통신(5·6G) 반도체에 필요한 팹리스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3나노미터(㎚) 공정 상용화에 집중한다. 1㎚는 10억분의 1m로 현재 4㎚ 공정까지 상용화됐다. 삼성전자가 3㎚ 공정 상용화에 성공하면 TSMC와의 기술 격차가 줄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500만㎡(150만평) 규모로 지어지는 이 공장은 6월부터 기초공사가 시작돼 오는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5G,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8인치 웨이퍼(반도체 토대가 되는 얇은 실리콘 판)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해 '키파운드리'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약 5758억원에 취득해 인수하는 것이 골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키파운드리 M&A 허가를 받은 후 주요국들의 반독점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품에 안을 경우 8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이 현재의 2배 수준인 월 20만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팹리스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영국 팹리스 최대 업체인 ARM의 공동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로 AP 등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른다. 인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SK하이닉스가 ARM 인수에 성공할 경우 메모리반도체 위주에서 시스템반도체까지 포함한 사업 다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