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스텝 카드를 들여다보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하반기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한국은행 회의실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임한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스텝 카드를 들여다보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하반기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와 국내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올해말까지 총 4차례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최소 1번 이상은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한국은행이 전날 공개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들은 물가상승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금통위 의장인 이총재는 개별 의견을 따로 내진 않는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26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인상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A금통위원은 실물경제 회복속도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이 금통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충격의 속성을 고려해 향후 경기 여건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성장 추세에 비해 크게 뒤처진 부문의 회복여부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물가상승세가 가파르지만 공급측 요인이 상당 부분을 설명하는 만큼 통화정책적 대응의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위원은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겠지만 글로벌 총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기준금리의 인상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면서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다른 금통위원들은 선제적 대응을 역설했다. B금통위원은 "당분간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내년에도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물가경로가 전망되는 데다 미국과 주요국들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금통위원도 "기준금리의 연속 인상에 따라 국내 경기회복세 둔화, 민간부채의 상환부담 증가, 취약부문의 부실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나 여러 지표로 점검해 본 결과 아직 감내할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빠르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금통위원 역시 "최근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안정성장 기조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의 확산 및 고착화를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물가상승세가 확대될수록 향후 보다 긴축적인 정책대응이 불가피하며 이는 결국 향후 더 큰 성장 손실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금통위원은 "통화당국은 실물경제의 회복세를 현저히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물가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명 금통위원의 발언은 물가 상승세를 감안해 빅스텝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 총재는 지난달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회동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물가가 그것(빅스텝)을 고려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를 종합적으로 잘 보면서 판단할 시점이라서 5월 금통위 상황을 보고 7, 8월 물가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물가 상황에 따라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9일 "현재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고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중국 경기둔화 등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게 아직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부총재보는 그러면서도 "물가가 많이 오르면 상황을 봐 가면서 빅스텝이 혹시라도 필요하다면 시장을 변동성을 크게 하지 않으면서 조정해 나갈 수 있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이달 열리지 않고 ▲7월 13일 ▲8월 25일 ▲10월 11일 ▲11월 24일 등 앞으로 4차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