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책금리 역전이 임박한 가운데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12일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정책금리를 높일 경우 경제성장률에서 일부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GI가 과거 물가상승률 둔화기 바탕으로 연구해본 결과 물가상승률을 1%포인트 하락시키려면 경제성장률은 0.96%까지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들의 평균 희생률(0.6~0.8)에 비해 높아 국내 경제가 금리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인상 시 기업 금융부담 증가도 우려됐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2021년 국내 한계기업 비중은 16%로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12.4%보다 약 3.6%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빅스텝에 나서면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9000억원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보고서는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더 클 것으로 예측했다. 중소기업들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자금조달 시 주식·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시 대기업은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원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인자금 유출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르고 원화환율 평가절하 기대심리가 있어 과거 한미 정책금리 역전 시기보다 외국인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책적 보완 중 하나로 기업의 금융·조세 부담 완화를 제시했다. 정책금리 변동 시 기업들이 견딜 체력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 중소기업 대출에 추가적인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세제도 측면에서는 주요국보다 높은 법인세율 인하, 투자·상생협력 촉진세 폐지 등 기업들의 조세 부담 완화를 촉구했다.
급격한 외국인자금 유출 대비도 주문했다. 현재 외환보유고가 충분한지 점검하고 통화스왑 확충 등 외환건전성 유지 노력 통해 금융불안 가능성 차단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외에 국내 잠재성장률이 인구구조 변화 영향으로 2021년 2%에서 2030년 1.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기업 규제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전환하고 탄소중립 인센티브 시스템 마련, 정부의 금융지원 강화 등을 제안했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전반에 방대하고 장기적 효과를 가져온다"며 "통화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경제상황 진단과 경제주체의 체력을 고려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 미래 성장동력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