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는 리투아니아와 러시아의 갈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리카르다스 슬리파비시우스 주한 리투아니아 대사 지명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슬리파비시우스 대사 지명자. /사진=슬리파비시우스 대사 지명자 제공

발트해 일대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크렘린궁이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주로 향하는 화물 통행을 제한한 리투아니아에 보복하겠다고 위협하면서다.

러시아는 현재 리투아니아가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자국 화물철도 수송을 제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인 반면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 제재에 따른 합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앞서 리투아니아는 칼리닌그라드에 지난달 18일(이하 현지시각)부터 EU 제재 대상 품목의 수송 제한을 통보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육로로는 연결되지 않은 러시아 역외 영토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 막혀 고립된 지역이다.

러시아는 화물철도 수송을 제한하는 리투아니아에 연일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달 20일 "주러 리투아니아 대사대리를 초치해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에 통보하지 않고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철도 수송을 제한한 데 대해 항의했다"며 "이는 리투아니아의 적대 조치"라고 주장했다.

양국간의 갈등은 지난달에 이어 지난 8일 러시아 외교부가 리투아니아를 향해 "칼리닌그라드를 오가는 물자 수송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가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층 격화됐다.


머니S는 정확한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리카르다스 슬리파비시우스(Ricardas Slepavicius) 주한 리투아니아 대사 지명자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리투아니아대사관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 소련군의 총구에 맨주먹으로 맞서 싸운 나의 20대를 연상시킨다"고 말문을 연 슬리파비시우스 대사 지명자는 "지난 1991년 이후 자유의 소중함을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다"며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경유 수송 제한, EU 가입국의 의무"

사진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출발한 열차가 리투아니아 키바르타이역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로이터

-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싼 리투아니아와 러시아의 갈등이 한층 고조됐다. 러시아는 이를 '심각한 적대행위'로 평가하는데.

▶갈등은 러시아가 고조시키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주권국이자 EU 가입국으로서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 있다. 러시아는 EU 가입국인 리투아니아가 EU의 결정에 따라 행동한다고 불쾌감을 표한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3월 채택된 EU의 4차 제재 패키지에 따라 철강을 실은 열차가 리투아니아 영토를 지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는 해당 제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 이미 대규모 철강 운송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제재의 효력이 발생하자 러시아는 프로파간다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철도 외 해상을 통해 칼리닌그라드로 철강을 운송할 수 있다. 러시아가 철도가 아닌 해상을 택한다면 EU 제재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EU 이사회는 지난 3월15일 철강 제품의 러시아 수출과 러시아산 철강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4차 제재안을 채택했다.

- 안톤 알리하노프 칼리닌그라드 주지사는 EU의 4차 제재 패키지로 수입품의 절반가량이 타격을 입었으며 주민들도 사재기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수입품의 절반이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EU 제재의 대상이 아닌 물품과 인사는 리투아니아 영토를 지나는 데 아무 제한이 없다. 현재 칼리닌그라드가 문제삼는 제품은 철강이다. 철강과 철강제품을 모두 합쳐도 러시아에서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전체 품목의 1~2%에 불과하다.

- 일각에서는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싼 양국간의 갈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모습과 비슷하다고 우려한다.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리투아니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이다. '동맹국이 침공 받았을 때의 자동 참전을 명시'하는 NATO 헌장 5조로 답을 대신하겠다. 현재 NATO 가입국들은 NATO 역사상 가장 단결됐다. 터키와 핀란드, 스웨덴이 NATO 가입을 두고 의견차가 있었음에도 대화를 통해 극복해 낸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진영 국가들은 외교와 대화를 통해 의견차를 좁힌다. 방금 언급한 '갈등'에 대해 설명하자면 보통 '국가간의 갈등은 전쟁의 전조 현상'이라는 일반적 공식이 있으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은 전조 현상 없이도 전쟁을 일으킨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정당화하기 어려운 침공도 감행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 사례다.
유럽 지도. /사진=미 매체 워싱턴포스트(WP) 공식 홈페이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푸틴은 '러시아 제국'(제정 러시아)을 건설하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다. '푸틴이 NATO의 동진을 우려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관측도 있으나 동의하기 어렵다. 그는 전쟁 이전에도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끝없는 거짓 프로파간다를 일삼았다. 우리는 이러한 러시아의 수법에 익숙하다. 익숙하지만 매번 엄중히 받아들인다. 당장 우리의 GDP 대비 국방비는 이미 NATO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우리는 올해 국방비를 GDP 대비 2.52% 수준까지 증액했다. 앞으로 3%까지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스페인) 마드리드 NATO 정상회의에서 NATO 가입국들은 리투아니아 등 동쪽(eastern flank) 국가들에 대한 방위 강화에 합의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결정이다.

"1991년 1월 소련군에 맨손으로 맞서… 자유는 공짜 아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리투아니아대사관에서 머니S와 인터뷰를 하는 리카르다스 슬리파비시우스 주한 리투아니아 대사 지명자. /사진=김태욱 기자

- 방금 '민주진영 국가들의 갈등해결' 방식을 언급했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 대다수 갈등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충돌로 발생하지 않는가.

▶맞다. 권위주의 국가 중 일부에서는 민주진영 국가들의 모임인 NATO를 "미국의 통치를 받는 모임"이라고 주장하지 않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NATO는 모든 결정을 가입국들의 컨센서스를 통해 내린다. 민주진영에서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통치할 수 없다. 이것이 주권이고 민주주의다. 오늘(지난달 30일) NATO의 주요 파트너국인 한국과 호주, 일본, 뉴질랜드가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도 비슷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은 이번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함으로써 NATO 가입국들과 공동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천명했다.

-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 평화 셈법을 복잡하게 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우크라이나군에 북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러시아에 맞설 살상무기를 선뜻 제공하기는 어렵다.

▶전 세계 민주진영 국가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경험에 비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비살상 무기와 기타 지원도 소중하다.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의 역사와 경험을 본다. 나는 지난 1991년 겨울 맨손으로 소련군에 맞섰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리투아니아는 유럽 최초로 러시아 에너지 자립도 100%를 이룬 국가로 발돋움했다.
리카르다스 슬리파비시우스 주한 리투아니아 대사 지명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소련군을 상대로 맞선 지난 1991년 1월 겨울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리투아니아대사관에서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슬리파비시우스 대사 지명자. /사진=김태욱 기자

- 당시(1991년) 상황을 설명해달라.

▶지난 1991년 1월13일이었다. 당시 만 20세였던 나는 대학교 동료들과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다. 우리가 1990년 3월 독립을 선언하자 소련은 KGB와 군 병력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파병해 독립을 막고자 했다. 당시 리투아니아 국민들은 소련군이 공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시설들인 TV타워와 TV센터, 국회를 지키기 위해 인간띠를 둘렀다. 우리는 비무장 상태로 소련군에 대항하기로 약속했다. 비무장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무장할 경우 소련군은 우리를 전부 사살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와 동료들은 6개조를 이뤄 4시간씩 TV센터를 수호했다. 13일 밤 동료들과 함께 TV센터에 있는데 소련군이 진입했다. 나는 맨손으로 주먹을 쥐며 "물러가라"고 외쳤다. 솔직히 무서웠지만 끝까지 남아서 버텼다. 어렵게 쟁취한 독립을 이렇게 잃을 수는 없었다. 당장 총살당하더라도 리투아니아의 국격 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그날 우리는 TV타워를 소련군에 내줬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보루로 여긴 국회로 달려갔다. 수만명이 국회에 인간띠를 둘렀다. 그 결과 국회만큼은 수호할 수 있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리투아니아를 봐라. EU 가입국이자 NATO 가입국으로 발돋움하지 않았나. 큰 발전을 이룬 것이다. 자부심을 느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마 우리가 피 흘리며 지키고자 했던 가치와 오늘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동일하지 않을까.

"한국 기술로 건조된 인더펜던스호, 특별한 한국-리투아니아 관계 표상"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 /사진=뉴스1

-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와 크리미아(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내주더라도 휴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승리'의 정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내려야 한다. 다만 성급한 휴전은 러시아를 위하는 일이다. 성급하게 휴전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외 다른 국가를 또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 '지속 가능한 평화'의 정착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난 2014년 '바다 위 액화천연가스(LNG) 기지'로 불리는 부유식 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는 한국(현대중공업)의 기술로 건조됐다. 당시 우리는 리투아니아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인더펜던스호'로 명명했다. 8년이 흐른 오늘 우리는 인더펜던스호 덕분에 에너지원을 다각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제로'를 달성했다. 이처럼 한국은 특별한 국가다. 아울러 한국에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내년 NATO 정상회의는 빌뉴스에서 열린다. 한국이 올해 마드리드에 참석한 것처럼 내년에도 빌뉴스를 찾는다면 얼마나 멋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