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화장품 로드숍들의 실적이 악화일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려서다. 특히 올리브영 같은 멀티브랜드숍의 약진이 두드러져 과거의 위상을 회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고사직전의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볕들 날 올까
②올리브영 있는데… 로드숍 반등 가능할까
③"호객 빈자리, 급할 땐 '풀메'도"… 올리브영만 잘 되는 이유는


중저가를 무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장품 로드숍들의 실적이 좋지 않다.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 모바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 변화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린 탓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올리브영 같은 멀티브랜드숍에 왕좌의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이렇다 할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사면초가의 1세대 로드숍

로드숍 중 스킨푸드와 미샤(법인명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흑자 전환했지만 토니모리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한산한 명동 거리. /사진=뉴시스

에뛰드는 아모레퍼시픽이 1997년 론칭한 브랜드로 2005년 처음 등장하며 국내 로드숍 화장품 열풍을 주도했지만 최근 4년 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손실액은 ▲2018억 262억원 ▲2019년 185억원 ▲ 2020년 180억원 ▲2021년 96억원이다. 고강도 점포 정리에 들어가 적자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 3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에서 철수했다.


올 들어 일부 로드숍은 흑자 전환했다. 국내 최초 원브랜드숍을 선보이며 3300원 화장품 신화를 쓴 미샤(법인명 에이블씨엔씨) 실적은 최근 몇 년 간 하향 곡선을 그리다 올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에이블씨엔씨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64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다만 그동안 지속된 적자경영이 발목을 잡아 오는 4분기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하반기에는 멀티 브랜드 전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변환)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킨푸드는 올 상반기 매출 163억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CJ올리브영, 국내 온라인, 해외 온라인 수출 등 판매 채널 강화와 경영시스템 안정화가 흑자 전환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토니모리의 실적은 여전히 악화일로다. 2006년 과일 모양의 용기에 담은 화장품으로 1020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5년에는 코스피 입성에 성공했지만 몇 년 새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최근 3년간 영업손실 폭만 키우고 있다. 토니모리의 영업손실액은 ▲2019년 2억원 ▲2020년 255억원 ▲2021년 135억원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용기가 특이한 화장품들을 출시하며 입소문을 탔던 곳이지만 최근엔 기술력이 워낙 좋아진 데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고도화돼 차별점을 두기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드·코로나 직격탄, 근본적인 문제는 '경쟁력'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려 로드숍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표는 주요 로드숍 매장 수 추이. /인포그래픽=김영찬 기자

로드숍 실적이 악화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영향이 컸다. 중국인 관광객 수 감소로 국내 면세점 채널과 명동 같은 관광 상권의 매장 판매율이 악화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리서치 매니저는 "해외 관광객이 줄어들자 오프라인 매장은 폐점 수순을 밟으며 로드숍 브랜드의 경쟁력과 존재감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화장품 소비 패턴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채널로 넘어가 로드숍 제품 가격의 경쟁력이 없어졌다는 점도 크다. 중저가 화장품들을 멀티브랜드숍인 올리브영이 흡수해 판매하는 상황이 된 것. 문 매니저는 "로드숍의 강점인 가격 메리트가 사라져 소비자 입장에서 로드숍을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승하면서 모바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도 꼽힌다. 통계청이 올해 1월 발표한 1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모바일 화장품 거래액은 1년 전보다 26%(1348억원) 증가한 6537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로드숍들이 과감하게 온라인 채널만을 키울 수 없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온라인에서 판매할수 없고 올리브영에 입점하지 않을 수도 없다"면서 "로드숍 업계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주저앉나… 재도약 방법은 없나

로드숍 브랜드가 국내·외에서 재도약할 방법으로는 ▲중국 틈새시장 공략 ▲오프라인과 온라인제품의 이원화 ▲문화콘텐츠와의 융합 등의 방법이 꼽힌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로드숍 브랜드가 국내·외에서 재도약할 방법은 없을까.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융합 대학원 원장은 중국의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원장은 "중국의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를 공략해야 한다"며 "대기업들은 상하이나 베이징 등에 진출 후 성과가 나지 않으면 바로 철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은 일부 대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소도시에 진출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제품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성민 리이치24시 코리아 대표는 "해외 진출 제품 라인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코로나 19 이전으로 관광객 방문율이 회복된다 해도 국내·외 1020세대는 로드숍을 고리타분한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참신한 제품을 만들어 새 제품들을 중앙아시아 등에 지속적으로 수출하는 등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와의 융합도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윤식 경성대 화장품학과 교수는 K-콘텐츠와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 한국 드라마 인기로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 수출이 증가하기도 했다"며 "화장품은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인 만큼 한류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