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낙태 합법화 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미국 내 다수의 남성들이 정관수술을 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매체 가디언은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32세 남성 숀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숀은 "그동안 우리 부부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지난 1969년 낙태 합법화를 결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정관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마스 연방대법관이 사후피임약 등 피임법에 대한 접근까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낙태합법화 법안의 무효화 이후 숀처럼 생각한 미국 내 남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기관 이너바디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대법원의 해당 법안 초안이 유출된 이후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정관수술 관련 키워드가 850% 증가했다. 또 정관수술의 가격과 추후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에 관한 검색 트래픽 수도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알렉스 슈테인슐리글러 비뇨기과 전문의도 가디언에 "정관수술을 희망하는 남성이 확실히 증가했다"며 "남성들이 출산을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단으로 정관수술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자신의 병원에도 관련 문의가 판결 이전 평균 15건에서 판결 이후 72건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관수술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져 영구적인 피임법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도 정관수술에 대해선 특별히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라 에체바리아 국가생명권위원회 대변인은 "우리는 수정을 방해하는 어떤 것에도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며 "수정된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를 반대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매체는 숀의 인터뷰를 집중조명하며 현재 상황에서 정관수술은 정치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관수술에 대해 남성이 여성의 몫이라고 여기는 피임과 생식에 관한 중대한 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숀은 "그동안 여성이 불임수술을 받겠다고 하면 회의적인 남편들이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전의 여성들은 서명이 필요한 방법에 대해 묻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관수술을 받으려고 할 땐 아내의 서명이 필요없었다"고 설명해 여전히 출산과 임신 혹은 불임 관련 수술에 이중적인 잣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오하이오와 텍사스, 플로리다, 미주리주는 연방 대법원 판결로 자동적으로 낙태금지법이 발동되는 트리거 법이 있다. 지난달 29일 미주리주를 시작으로 10개 주에서 낙태 금지 제한법이 발동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