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안심전환대출과 취약차주 금융지원 방안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그래픽=김영찬 기자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출범을 앞두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실하게 상환하는 것보다 고의로 연체한 뒤 빚을 탕감 받아 신용을 회복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 여신 실무자들은 서울 은행회관에 모여 '새출발기금 관련 실무회의'를 진행하고 부실 차주에 대한 우려에 입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가 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 또는 부실 우려가 있는 채권을 금융회사에서 매입해 원금의 60~90%를 감면해 주고 최장 20년 동안 나눠서 갚도록 하는 30조원 규모의 배드뱅크를 말한다. 정부가 예산 3조6000억원을 투입한 가운데 캠코는 새출발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 대상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중 상환능력을 상실해 90일 이상 장기연체를 겪는 금융채무불이행자다. 원금감면은 해당 차주가 보유한 재산·소득을 초과한 과잉 부채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지며 재산·소득을 통해 대출상환이 가능한 경우 원금감면은 이뤄지지 않는다.

금융위는 새출발기금을 통한 원금 감면 시 금융채무불이행자 등록으로 인해 신규 대출, 신용카드 이용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등 7년 동안 정상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만큼 정상 차주가 고의적인 연체를 통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고자 할 유인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폭넓은 채무조정이 이뤄질 경우 지역 신보의 손실이 커지고 고의 연체 등 일부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어 원금 감면 대상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율을 낮추고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것까지는 찬성하지만 원금을 탕감하는 건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것"이라며 "힘든 상황에 허리띠 졸라매고 돈 잘 갚는 사람이 불리해지는 상황에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해 '부실우려 차주'에게도 페널티(불이익)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정부의 새출발기금 운영 계획을 수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관계자는 "채무 조정을 받았으면 그만큼 페널티를 받아야 금융질서가 선다"며 "부채를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면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비용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