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이어지는 몸싸움과 거친 숨소리,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빙판 위를 휘젓는 열정의 스포츠 아이스하키를 썰매 위에서 타는 이가 있다. 대중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간판 정승환 선수다. 평범한 삶을 살던 그가 썰매를 타고 빙판을 누비는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그는 좌절보다 끊임없는 도전을 택했다. 그의 도전 뒤에는 스스로를 믿는 긍정의 힘과 사랑하는 가족이 자리한다.
취미 활동에서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정 선수는 2004년 아이스슬레지하키(2017년 파라아이스하키로 명칭 변경)에 처음 발을 들여 이듬해 국가대표로 발탁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2006년에는 국내 첫 실업팀 강원도청 창단 멤버로 시작해 현재까지 몸담고 있으며 그동안 4회 연속 동계패럴림픽(벤쿠버·소치·평창·베이징)에도 출전한 파라아이스하키 간판 국가대표다.
그는 대학교 때 시작했던 취미 생활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이종경·장종호 선수의 권유로 주말 운동으로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운동할 장소가 여의치 않아 아이스링크를 찾느라 애를 먹었죠."
초기에는 클럽팀이 2곳뿐이었지만 현재는 실업팀 1개, 클럽팀은 8개로 늘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계기로 강릉 아이스하키 센터도 만들어져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아쉬움 없이 훈련에 임하고 있지만 아직 실업팀이 1곳뿐"이라며 "전력강화 및 젊은 선수가 보강된 세대교체를 위해 추가 실업팀 창단이 절실하다"고 아쉬워했다.
파라아이스하키 저변 확대에 대한 아쉬움이 큰 만큼 그는 운동에만 집중한 연습벌레다. 선수로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각종 부상을 입고 제때 치료하지 못해 고생도 많았다. 그는 그럴 때마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운다.
정 선수는 "운동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부담감을 최소화해 실전에 강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멘탈 트레이닝을 한다"며 "강팀에 패해도 좌절보다 '다음에는 더 잘 하자'라는 긍정 마인드로 후배들에게도 지치지 말자고 독려한다"고 웃음 지었다.
나에게 찾아온 시련, 나에게 힘이 되는 가족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어릴 적 큰 시련을 겪었다. 평범한 삶을 살 줄 알았던 동네 6살 개구쟁이가 견디기 힘든 사고를 당해 충격이 컸다.정 선수는 "어릴 적 사고로 장애인이 된 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지?' 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잡혀 긴 시간 우울한 삶을 살았다"며 "그런 저에게 파라아이스하키는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심어줬고 누구보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즐기는 행복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2005년 국가대표로 첫 발탁됐을 때만 해도 열정과 달리 세계 무대의 높은 격차만 실감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패럴림픽 예선전에서는 3전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참아야 했다.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국제경기 첫 골을 자신이 기록했다는 뿌듯함도 동시에 맛봤다. 그때의 짜릿함은 그에게 현재까지도 즐거운 자극제다.
정 선수는 시련을 딛고 자신을 우뚝 서게 해준 파라아이스하키를 시작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고 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다짐을 품고 운동에 임한다"며 "국가대표로서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단단하게! 라는 다짐을 항상 되새긴다"고 강조했다.
운동에 열중하는 그에게 가족은 고맙고 미안한 존재다. 집에서 먼 강원도에 있다 보니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4 소치 동계패럴림픽을 준비하던 2013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선수 생활에 집중하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그는 무거운 마음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이후 결혼한 그에겐 그해 태어난 5살짜리 아이가 있다. 그는 아이와 아내를 생각하며 "평범했던 꼬마가 시련을 딛고 국가대표로 성장했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며 "좋아하는 운동,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땀 흘리고 싶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도 빙판에서도 영원한 국가대표 정승환입니다"라고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