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 대비 5.2% 늘린 639조원으로 편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온 전 정부의 5년 평균 증가율인 8.7%보다 3.5%포인트(p) 낮춰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했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3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오는 9월2일 국회에 제출된다.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보다 5.2% 늘린 639조원이다. 이 규모는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보다 약 31조원이 많지만 두 차례의 추경예산을 합한 총지출 679조5000억원에 비하면 오히려 40조5000억원(6.0%) 줄었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전브리핑에서 "추경을 포함하면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라며 "680조원의 올해 총 재정지출에서 내년에는 639조원으로 대폭 줄이면서 건전재정 확보의 의지를 담아냈다"고 밝혔다.
예산 증가율 5.2%는 전 정부의 5년 평균 증가율 8.7%에 견주면 대폭 낮아졌다. 가파른 예산 증가로 전 정부 5년 동안의 국가채무는 약 400조원 증가해 총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현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소득층 생계급여를 4인 기준 월 154만원에서 162만원으로, 장애수당은 월 4만원에서 6만원, 기초연금은 월 30만8000원에서 32만2000원으로 각각 상향하는 등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핵심으로 예산안을 편성했다.
또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연 12만7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약 40% 정도 인상했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규모도 1690억원으로 종전 대비 2배 확대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민간주도 역동적 경제' 뒷받침을 위해 내년 반도체 초격차 유지에 1조원, 원자력발전산업 생태계 복원에 7000억원, 핵심 전략기술과 미개척 도전분야에 대한 R&D 투자 4조9000억 확대 등도 담겨 있다.
다만 이전 정부에서 지역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공들였던 지역화폐 지원, 역점 추진해 온 '경항공모함' 사업은 예산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고 일자리, 감염병 대응, SOC, 에너지, 문화 부문 예산은 크게 삭감했다.
이밖에 정부는 재정 수반 행정위원회 중에 81개 조직을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공무원 보수도 솔선수범을 강화했다. 대통령을 포함해 장차관급 이상은 보수 10% 반납, 4급 이상은 동결, 5급 이하 공무원은 1.7%만 인상하기로 했다.
법률로 구속력을 확보한 '재정준칙'을 도입해 총량관리를 강화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하며 미흡한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는 성과관리도 강화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긴축재정 기조 전환에도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1068조8000억원)보다 66조원 증가한 1134조8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보니 건전재정 전환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는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누적된 적자살림을 일거에 일소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큰 폭의 총지출 증가를 단절시키고 국가채무도 해마다 약 100조원 늘던 것을 내년 70조원 늘리는데 그침으로써 건전재정을 확보하는데 굉장히 애를 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