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6일 143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30원을 돌파한 가운데 원화의 실질 가치는 저평가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 급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글로벌 달러화 강세 등 대외요인에 따른 것으로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내 실질실효환율은 올 7월 101.4(2010년=100)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교역량 등을 반영한 환율로서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제 얼마만큼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환율을 말한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된 것이다.

이에 원화는 2010년과 유사한 수준이며 저평가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같은 시기 유럽과 일본은 각각 90.1, 58.7로 기준 연도 수준을 밑돌았다.


이에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최근 환율 상승 국면에도 우리나라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위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 시작부터 1420원을 넘어선 데 이어 1430원 선도 뚫었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환율 급등기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1년 미국 닷컴버블 붕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네차례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긴 것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단 두차례 뿐이었다.

외환위기 당시엔 아시아 금융위기 전이에 따른 시장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1997년 9월말 914.4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해 12월 23일 1962.0원으로 53.4% 급등했다.

금융위기 당시엔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2008년 9월 파산한 뒤 그 여파로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2009년엔 동유럽 국가의 신용위험 등이 가중되며 환율이 급등했다. 당시 2008년 8월말 1089.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2일 1570.3원으로 30.7%나 뛰었다.

닷컴버블 붕괴시기와 코로나19 확산기에는 대외건전성이 개선되면서 환율 상승폭 및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이날 1430원 선을 뚫은 것도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며 국내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과거 두 차례 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인 Aa2인데다 대외 외화차입 여건을 나타내는 외평채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달 21일 기준 0.4%포인트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6.5%포인트까지 폭등했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발행한 달러 채권인 외평채의 부도 우려가 높으면 보험료 성격의 CDS프리미엄도 함께 오르는 만큼 이 수치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외화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