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정부가 지난 세기 주한미군 기지 인근 이른바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들에게 배상하라고 확정했다. 사법부는 '미군 위안부'로 불린 기지촌 여성들에 대해 국가가 강제성을 동반해 조장·묵인을 했다고 최종 판단했다.
29일 뉴스1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모씨 등 9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 등은 정부가 성매매를 조장하고 조직적인 성병관리 업무로 불법 격리 수용치료를 해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총 120명이 소를 제기했지만 2심에서 117명으로 줄었다. 원심 판결 이후 22명이 소를 취하해 상고심에선 95명만 판결 당사자가 됐다.
이씨 등은 지난 1957년부터 1990년대 사이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 사업에 동원됐다. 정부 총무처는 지난 1957년 성병 관리 문제 등을 내세워 UN군 출입 성매매업소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을 미군 위안시설, 이른바 기지촌을 조성해 성병을 관리했다.
1심은 정부가 기지촌을 설치하고 환경개선정책 등을 시행한 것은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성매매업 종사를 강요하거나 촉진·고양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성병 감염자들에 대한 법적 격리 규정이 마련되기 전에 성병 감염 여성들을 격리 수용한 부분은 불법행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성병 감염인에 대한 격리 수용 규정이 시행된 지난 1977년 8월 이전에 격리 수용된 여성 57명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국가 권력기관이 자행한 국민에 대한 불법 수용 등 가혹행위는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정부는 이씨 등 57명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국가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불법적인 기지촌 조성과 운영·관리 ▲조직적·폭력적 성병 관리 ▲성매매 정당화 조장 등 행위를 인정했다. 배상 대상과 배상액도 더 늘었다. 74명의 피해여성에 대해 국가가 각 700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 시행 이후에 격리된 여성들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해여성 43명에게 각 300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이씨 등 95명과 국가의 쌍방 상고로 진행한 상고심에서도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양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