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가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이 대표 모습. /사진=김동욱 기자

개인 건강 증진, 동물권 보호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12년 50만~100만명이었던 채식 인구는 2022년 150만~200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거나 채식을 간헐적으로 즐기는 등 채식선호인구는 국민의 3분의1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채식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채식주의자를 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단체 식사 자리에서 육류 음식을 거부하면 유별난 사람이라는 지적과 함께 분위기를 맞출지 모른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채식연합을 이끄는 이원복 대표는 채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20년 넘게 힘을 쏟고 있다.

"먹거리 이전에 소중한 생명"… 채식의 길로 들어선 이 대표

이 대표는 동물권 보호를 위해 30여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비건(육류·생선·계란·우유를 섭취하지 않는 사람) ▲락토 베지테리언(육류·생선·계란은 섭취하지 않고 우유는 소비하는 사람)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육류·생선을 섭취하지 않고 계란·우유는 소비하는 사람) ▲페스코(육류는 섭취하지 않고 생선·계란·우유는 소비하는 사람) ▲폴로(소·돼지 등 붉은 고기는 섭취하지 않고 가금류 등 흰 고기는 소비하는 사람) 등 다양한 종류 중 채식 수준이 제일 높은 비건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어느 날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식탁에 올라와 있는 고기를 보고 육식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됐다"며 채식을 결심하던 날을 회상했다. 인간처럼 살아 숨 쉬던 생명을 죽이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이 대표는 "동물은 그저 먹거리가 아닌 인간처럼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당연한 사실을 문득 느끼게 돼 채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채식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대다수가 육식을 즐기는 상황에서 채식을 고집하는 것은 세상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중압감을 낳았다. 직장 동료나 친구, 심지어 연인이나 가족이 고기를 먹어야 오래 살고 건강하다는 이유로 고기를 강제로 입안에 집어넣은 적도 있었다. 이 대표는 "남들은 고기를 먹을 때 아무렇지 않겠지만 저는 항상 마음 한 편이 불편했다"며 "채식을 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받아들인 뒤 주변인에게 저의 상황을 이해시키면서 채식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고기·생선·우유·계란 등을 배제한 식단을 꾸렸을 때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할 것이란 걱정도 앞섰다. 이 대표는 "지금이야 인터넷을 통해 채식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30여년 전에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며 "영양학 서적을 6개월 정도 공부한 후 채식을 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곱지 않은 사회적 인식,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망망대해 외로운 섬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채식, 개인 건강 증진과 동물권 보호 이룰 수 있어… 천천히 시작하는 것도 방법"

사진은 채식의 장점을 설명하는 이 대표. /사진=김동욱 기자

이 대표는 2000년 한국채식연합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뒤 채식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 이 대표가 내세운 채식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 건강 증진이다. 암, 고혈압, 당뇨 등 대부분의 질병이 인간이 먹는 음식과 관련이 있다는 게 이 대표 시각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육류 사회가 되니 암과 같은 질병이 늘어났다"며 "채식을 즐기면 발병 확률을 3분의1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을 제1군 발암물질, 붉은 육류를 제2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며 "햄 등에 첨가되는 아질산나트륨은 동물성 단백질인 아민과 결합했을 때 니트로사민이라는 1급 발암물질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동물권 보호도 채식의 장점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축산물은 대부분 공장식 축사에서 나온다. 생산성을 위해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동물을 욱여넣는 형태다. 닭의 경우 가로·세로 60~70㎝의 공간에 6~7마리가 들어간다. 이 대표는 "공장식 축사는 동물판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다름 없다"며 "인간을 전화부스에 넣고 감금하는 것을 상상해보면 공장식 축사에 들어있는 동물들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식이 대중화가 되면 공장식 축사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는 동물권 보호와 비건 채식을 알리기 위해 약 3년 전부터 매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채식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는 "채식은 어렵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가 먹는 것에서 동물성 식품을 제외하는 것"이라며 "채식을 일주일에 한 끼만 하는 것으로 시작해 조금씩 빈도를 늘려가는 것도 괜찮다"고 독려했다. 이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며 "채식인과 육식인이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조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